지난 2일 제주시 어승생공설공원묘지에서는 기습성 호우가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 도민들이 벌초에 나서고 있다. 김용현 기자

고령화로 간소화 경향 짙어져…벌초방학 전무
무연분묘·이장·화장 증가 "삶의 변화 등 반영"

서귀포시 대정읍에 거주하는 이근진씨(58)는 벌초철을 맞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씨는 "젊을 적엔 대가족이어서 50명이 함께 벌초했지만 지금은 10명도 안돼 수십개의 묘를 정돈하는 일이 힘에 부친다"며 "자식들은 직장인·학생이라 강제할 수 없어 50대 이상 중장년들만 모여서 벌초를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제주도의 오랜 풍습인 '벌초' 철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지만 참여하는 '젊은 층'들이 줄어들면서 간소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과거 제주지역 학교에서는 매년 음력 8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벌초방학'을 지냈지만 최근에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대체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올해에는 벌초방학을 지내는 학교는 전무하다.

제주시에 따르면 개장이 허가된 무연고분묘도 2001년부터 올해까지 총 7422기가 접수돼 벌초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벌초를 하기 힘들어 화장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제주도내 화장 및 묘지 현황에 따르면, 시신 화장의 경우 2015년 6901구, 2016년 7879구, 지난해 1만1069구였으며 올해 8월 기준 5621구로 급증했다. 개장유골 역시 2015년 2155구, 2016년 2365구, 지난해 2585구, 올해 8월 기준 1881구로 증가 추세다.

도외에 거주해 제주로 내려오지 못하거나 고령으로 벌초를 하기 힘든 경우, 도내에 거주해도 도와줄 친인척이 없는 경우 등은 대행업체나 지역 농협, 제주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을 통해 의뢰하는 '대리 벌초'도 늘고 있다.

김봉오 제주문화원 원장은 "그동안 제주에서 '벌초'는 추석 차례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반드시 참여해야 할 만큼 중요한 행사여서 음력 8월 초하루에는 출향인들도 제주를 찾아왔지만 지금은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장례문화가 봉분에서 화장으로 기울어지는 등 삶의 변화에 맞춰 풍습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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