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환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매년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복지사업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9월 7일은 권리로서의 복지라는 의미를 반영함으로써 우리나라 복지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일으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1999년 9월 7일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 '사회복지의 날'은 열아홉 번째를 맞는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1년 365일이 사회복지의 날이다. 자칫 사회복지에 대한 작은 편견과 오해가 생기지나 않을까 늘 몸가짐,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돕고 한 가정을 지켜내며 그로인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이웃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회복지 현장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늘 아쉬움이 있다.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사회복지라는 인식, 그래서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의 균등한 처우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현실이 그렇다. 사회복지예산 1조원 시대라지만 여전히 전국 최하위 수준의 복지예산규모, 그래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복지체감도가 그렇다. 복지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항상 정부의 복지정책에 편승하거나 좇기 급급한 현실 또한 그렇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 1만7366명 가운데 207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이 열악한 근무여건을 이유로 취업을 꺼리는 탓에 요양시설을 이용 못하는 어른들이 무작정 시설입소를 대기하고 있는 현실은 이런 아쉬움을 한데 모은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한숨 쉬며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화 되고 있는 복지현장, 국가주도의 복지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이중적인 흐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하루 빨리 그 방향을 잡아야 할 시기다.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지방사회서비스원 설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그 시기를 한껏 재촉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제주형 복지모델'의 틀을 갖추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말았다. 단지 의지와 실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마침 민선 7기 도정이 보건복지여성국장을 개방형 직위로 채용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롭게 부임하는 보건복지여성국장에게 가장 먼저 부여될 과제는 '제주형 복지모델'의 틀을 갖춰가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정책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어 제주의 특성과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면 오히려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어느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1462명을 대상으로 '꼭 살아보고 싶은 꿈의 도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2%가 제주도를 꼽아 12%의 선택을 받은 '서울 강남'을 앞질렀다. 제주를 선택한 이유로는 '아름다운 풍광과 여유로운 삶'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누군가에는 '꼭 살아보고 싶은 꿈의 도시'로 인정받고 있어 영광스럽다. 

그런데 욕심 같아서는 그들이 제주를 선택한 이유에 '제주만의 복지시스템'이 더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제주, 아이들이 맘껏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제주, 청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제주, 중장년들의 활기찬 인생 2막이 가능하고, 노후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꿈의 도시, 제주'가 됐으면 한다. 

열아홉 번째 맞은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이 오는 8일 제주국제대학교에서 개최된다. 이날 '제주형 복지모델'을 통해 '꿈의 도시, 제주'를 완성하고자 하는 사회복지가족들의 힘찬 다짐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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