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한 레드향 농가에서 과피 조직이 갈라지는 외부 열과(터짐현상)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레드향을 재배하는 농민 윤씨는 "나무에 달린 레드향에 모두 열과가 발생해 전량 폐기하기도 했다"며 "본래 열과가 많은 과실이지만 폭염이 지속된 올해 유독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푸념했다.

예년보다 '열과' 빨라져…"특성이지만 올해 유독 심해"
폭염·가뭄 영향 분석…기상변화 맞춘 기술연구 요구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인근에서 감평(레드향)을 재배하는 윤모씨(52)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몇일전부터 성숙기에 접어든 레드향에 과실이 갈라지는 현상 '열과(裂果)'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매년 발생하는 열과지만 올해 유독 심해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농가 나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피해가 지속되는 만큼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 재배하는 레드향의 열과 현상이 예년보다 일찍 나타나고 있는데다 발생 규모도 더욱 커져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위치한 윤씨의 레드향 재배농가 한 켠에는 열과로 깨진 레드향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열과로 깨지지만 않았다면 '상품 대접'을 받을 법한 크기의 레드향이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레드향을 전량 폐기한 나무가 10그루가 넘은데다, 다른 나무들에서도 40~70% 정도의 열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열과된 레드향을 솎지 못한 나무도 절반 이상이나 됐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레드향을 재배하는 김모씨(45)는 "열흘전 한 콘테이너 분량을 따냈지만 계속해서 열과가 나온다"며 "차광막도 치고 관수도 자주 하지만 역부족이라 마음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

서귀포시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열과는 레드향 품종 특성상 나올 수밖에 없지만 올해 현상이 빨리 나타나고 있다. 예년 집중기간이 '9월 중순부터 10월 상순'이라면, 올해는 지난달 상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는 지난 7월부터 지속된 폭염과 가뭄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농업기술원에서는 농가 스스로의 환경관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지만, 농가에서는 기상이 지속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열과 현상 최소화를 위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열과는 환경 관리에 따라 적을 수 있다 많아질 수 있는 것"이라며 "기술원에서 보급한 기술을 잘 적용해 재배 테크닉을 높인다면 열과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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