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에 대한 한나라당 망언은 고질병인가. 일부 당원들이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4·3 특별법"을 놓고 잊을 만 하면 법의 취지를 깔아뭉개는 극단적인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17일 국회 질의를 통해 "4·3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위해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무력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당 박세환 의원의 " 현 정부가 4·3 희생자 기준을 정하면서 헙법재판소의 결정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좌파적 정체성을 보이는 증거"라는 일주일전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4·3에 대한 한나라당의 망언은 김기배 전사무총장 등 여러 명으로부터 나왔다. 민주당과 함께 특별법 제정에 합의해 놓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

특별법의 기본 정신은 화해와 상생이다. 가해자를 밝혀내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함이 아니다. 오로지 반세기 동안 범죄자로 남아야 했던 수많은 희생자들의 슬픔을 보듬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념적 잣대를 동원해 좌·우 갈등으로 매도하려 한다면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구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 단체들로 축(軸)을 이루어 계속돼 안타까울 뿐이다.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의 돌발적인 발언으로 치부해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예전처럼 개인적인 사과발언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면 "치고 빠지기식" 정치술수에 불과하다.

특히 양대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4·3을 보혁구도 조성의 도구로 이용해 보수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라면 정치적 자충수며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도민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진정 도민들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얻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하루 빨리 4·3에 대한 당론을 밝혀라. 그리고 표를 달라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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