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8월 1일 친족들 모두 한자리에
20~30년 전만 해도 '문중 잔칫날' 분위기
음식점 식사로 대체…벌초방학도 없어져

주말 벌초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벌초를 끝낸 집도 많다. 매년 한가위(음력 8월 15일)가 다가오면 제주에서는 벌초가 대화의 주제가 된다. 벌초는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우리나라 고유 미풍양속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벌초의 의미는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르다.

△온 가족 행사
제주에서는 추석 차례 전에 벌초하는 데 음력 8월 1일부터 15일 이내에 끝마치는 것이 상례다.
제주 사람들은 음력 8월 절기에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먼저 벌초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 때문에 제주를 떠나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들도 8월 초만 되면 고향을 찾아 친족들과 함께 벌초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음력 8월 1일은 '모둠벌초'라고 해서 묘제를 행하는 윗대조의 묘소에 친족집단이 모여 함께 벌초한다.

'모둠벌초' 때는 한 가구당 1명씩은 참석해야 한다는 것은 제주에서는 '불문율'이다.
20~30년전만 하더라도 제주에서는 모둠벌초를 하는 날이 '문중 잔칫날'이기도 했다.

남자들은 동서남북으로 나눠 벌초에 나서고, 여자들은 음식을 준비하면서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들어 벌초를 끝내고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대체되면서 예전 모둠벌촛날 정겨웠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둠벌초를 전후해서 형제들이 모여 가족벌초를 한다.
보통 가족벌초는 집안 어른을 기준으로 고조부모 산소까지 하지만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다.

△남다른 의미
"식게 안 한건 몰라도, 소분 안 한건 놈이 안다(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하지 않은 것은 남이 안다)" "추석 전에 소분 안호(아래아)민 자왈 썽 멩질 먹으레 온다(추석 전에 벌초하지 않으면 덤불을 쓰고 명절(추석) 먹으러 온다)"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벌초를 그만큼 중요한 일로 여겼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에서는 모둠벌초 하는 날인 음력 8월 1일이면 '벌초방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장례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변하는가 하면 벌초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면서 벌초방학은 '빛바랜 사진' 속 이야기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저마다의 사정 등으로 벌초를 하지 못하는 후손들이 남의 손을 빌리는 '벌초 대행'도 성행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0일이 모둠벌초 하는 날이다.

직장 문제 등으로 대부분 도민은 이번 주말 가족벌초와 모둠벌초 등을 마무리할 것이다.

벌초하러 모인 친족, 형제자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면 가족애를 느끼는 것이 벌초의 참 의미일 것이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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