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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몽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김상길
입력 2018-09-09 (일) 11:42:55 | 승인 2018-09-09 (일) 16:57:49 | 최종수정 2018-09-09 (일) 16:57:31

7월에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몽골 울란바토르에 다녀왔다. 그때 느꼈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한산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천 출발 울란바토르 행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단체로 온 제주도 학생들도 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서 비행기 창밖을 내려다보니 검붉은 황무지만 끝없이 보였다. 고비사막이다. 대륙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황무지 풍경에 질릴 때쯤 드디어 녹색이 보인다 했더니 울란바토르 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말 그대로 초원 한 가운데에 활주로만 덩그러니 있고 칭기즈칸 공항 건물은 낡고 초라했다.

우리나라에서 폐차됐는지 한글이 그대로 씌어있는 버스를 타고 울란바토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인도가 비포장이라서 먼지가 풀풀 날렸다. 먼지가 가득한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이 마치 1970년대 한참 도시개발이 진행되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했다. 잊고 살았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아련히 살아나면서 마음이 애잔해져왔다. 

몽골인구가 300만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산다고 한다. 

몽골에는 초원과 고비사막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대식 고층빌딩도 보이고 우리나라 도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소나 말 같은 가축을 못 들어오게 해서 동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교통체증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었다. 초원에서 울란바토르로 몰려드는 이주민들이 도시 외곽에 끝없이 이어지는 빈민촌을 이루고 사는데 우리가 의료봉사를 한 곳도 바로 이런 도시빈민촌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재래식화장실도 사용해봤다. 

진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한국산 약에만 관심이 있다는 둥 안 좋은 얘기를 듣고 가서 마음 한 편으로 불안했었는데 막상 첫 날 진료를 시작해보니 달라졌다. 오랜 시간 긴 줄을 서서 기다린데 비해서 너무 짧은 진찰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진지하게 본인이 가진 증상을 얘기했다. 우리가 가져간 것이 청진기와 몇 가지 약품뿐인 것이 미안했다. 진찰을 하다가 보니 이상하게 어른 몇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배에 수술흉터가 있었다. 물어보니 다들 담석증 수술한 것이라고 했다. 몽골에서는 하루 세 끼 고기를 먹는다. 담석은 주로 콜레스테롤로 만들어지는데 육식을 많이 하고 물이 귀한 초원에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물을 적게 마셔서 그런 것 같다. 환자는 끝없이 밀려드는데 통역을 맡은 몽골 여성이 너무 느려서 빨리하라고 계속 재촉했다. 이름이 알류아나라고 했다. 젊어보여서 대학원생이려니 생각하고 막 대했는데 나중에 대학교수라고 해서 실례를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마지막 날 하루 문화체험을 했는데 딱히 가볼만한 유적이 없었다. 정착생활을 하지 않고 유목생활을 해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칭기즈칸 때는 수도가 다른 곳이었다는데 그 유적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국영백화점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편견을 가졌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몽골사람들은 착하고 순박했다. 누군가 그랬다. "몽골여행을 하고 돌아가면 한동안 '몽골앓이'를 한다고".  

김상길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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