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원영 보건복지여성국 노인장수복지과 주무관

직장동료 "기브스한 다리로 코스모스 사거리를 지나는데 미처 건너기도 전에 신호등 색이 바뀌어 출근부터 진땀을 쏟았다"고 하소연을 했다. 몇일 전 운전중에 전방에 유모차(보행용)를 끌고 건널목을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노인을 보았다. 동승한 중학생 아들이  "엄마 저 할머니 빨간신호등에서 천천히 건넌다고 다른 운전사들 욕하면 어떡해요. 우리가 멈춰 있다가 가요"라고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횡단보도 보행시간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해졌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시간은 기본적으로 '보행진입시간 7초' + 횡단보도 '1m 당 1초'를 원칙으로 결정된다. 예외적으로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이 많아 배려가 필요한 장소에서는 0.8초 더 긴 보행시간을 제공된다고 한다. 예를들어 왕복이차선(32m) 도로는 녹색신호가 39초 ~47초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은 모두에게 안전한 것일까.  과연 공평한 기준일까.

'노인 체험장비(모래주머니, 뿌연안경, 귀마개)'을 착용하고 도심을 체험하는 기사를 봤다. 도심의 소화전, 가로수 간판, 맨홀 이 모든 것이 '낙상, 교통사고 등' 위험요소가 될 수 있었다.

최근 서울시장은 '하루동안 휠체어타고 대중교통이용'해보는 체험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겪는 이동불편을 몸속 겪어보겠다고 한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노인·장애인 등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 노력이 될 것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고령자도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가 고령친화도시이다. 기본 개념은 '활기찬 노년'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이다. 신체적 노화를 겪는 노년기에도 자신의 삶에 주도권과 자유로움을 갖추고 살 수 있도록 '노인에 대해 존중과 포용'을 갖춘 도시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7월 27일 전국 광역 도단위로는 처음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가입 인증을 받았다. '고령친화 도시 조성'을 위해 8대 가이드라인 제시(교통, 주택, 사회참여) 등 하고 40개 실행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책수혜자인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니터링단(30명) 운영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조성관련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살아보지 못한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갈 첫 번째 세대다. 고령친화도시를 만든다는 건 사회적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란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의 노후를 대비하는 적금이라 생각한다면 고령사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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