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제주지역 어린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이 확대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대상자가 크게 늘었지만 무료접종 지정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칫 예방 적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무료접종 혜택 자체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어린이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이 생후 6~59개월(만 4세) 이하에서 만 12세 이하까지 확대된다. 집단생활로 인플루엔자 발생률이 높고 확산 우려도 큰 어린이집·유치원생과 초등학생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도내 무료 예방접종 대상 영유아와 어린이는 7만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생후 6~59개월 이하 3만4000여명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도내 어린이 인플루엔자 무료접종 대상은 급증한데 반해 의료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다. 올해 어린이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지정 병·의원은 104곳으로 지난해 81곳보다 늘었지만 접종 대상자가 증가하면서 여의치 않다. 1곳당 최소 730명을 담당해야 해 예방접종 어린이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부모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게다가 지정 병·의원들도 대부분 제주시내권에 집중돼 있다. 제주시 동부지역은 1곳, 서부지역은 6곳에 그친다. 서귀포시도 동부 9곳, 서부 6곳에 불과하다. 그런가하면 일부 지정 병·의원은 65세 이상 노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까지 하다보니 접종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혼란과 불편이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이 힘들 수밖에 없다.

예방접종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무료접종 확대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취지가 좋아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무료 대상자 확대만큼 충분한 의료기관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 병·의원의 무료 예방접종 참여를 유도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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