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극우’ 망령이 ‘제주4·3’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17일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4·3은 공산폭동”이라고 규정, 도민들을 분노케 했다. 꼭 일주일 전엔 박세환 의원이 “4·3 희생자 선정기준은 정부의 좌파적 정체성의 증거”라고 발언, 역시 도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특별법 시행 초기도 아니고 내년 2월 진상보고서 제출 등 반세기에 걸친 ‘한’이 해원의 실마리를 보이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딴지’를 걸고 있다. 4·3특별법 시행 2년, 뒤늦게 터져나오는 한나라당의 극우성 발언의 저의는 무엇일까.

김·박 의원의 ‘정체성’때문일까. 김 의원의 경우 자신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박 의원은 성우회 회원이라는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도민들이 격분하는 것은 이보다 더한 정치적‘꼼수’가 있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개혁성향인 노무현 후보의‘노풍’에 밀려 고전하는 한나라당이 상황 반전을 위해 제주4·3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것이다. 제주도민보다 훨씬 표가 많은 보수계층에 잘 보이기 위해 4·3진상규명과 희생자명예회복 작업을 흔들어댈 수도 있다는 개연성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4·3’은 ‘정치놀음’의 대상이 아니다.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된다. 4·3특별법은 4만여 원혼의 한을 달래고 비극의 20세기를 화합으로 정리, 진정한 21세기로 나아가는 어쩌면 마지막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라체육관에서 치러지는 한나라당 대선경선에선 ‘입에 발린’ 제주청사진 보다 4·3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득표에 훨씬 유리할 것이란 사실을 이회창 전 총재등 후보들은 알고 나 있는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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