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국' 답게 부유한 나라였다. 하지만 현재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상황에 이르면서 남미의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중동국가처럼 오일머니로 최고 부자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망한 나라로 나락에 떨어진 시간은 20년에 불과하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13년간 석유를 팔아 번 돈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을 육성하는데 투자하지 않고 시장경제체계를 배재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석유만으로도 충분히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신 석유로 번 돈으로 무상복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증원 같은 공공사업과 포퓰리즘 정책에 사실상 올인을 했다. 국민도 정부의 무상혜택에 익숙해지면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고, 위기상황에서도 정부의 긴축지원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2010년대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저유가 상황에 이르자 베네수엘라의 오일머니는 말라버렸다. 정부는 그 동안 벌인 공공사업과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화폐를 찍어 내고 국채를 남발했다. 결국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물가가 폭등했다. 민간 기업이 파산하면 국유화를 거듭했다. 베네수엘라 국민 아침 식사의 75%를 공급해 온 미국의 시리얼 회사 켈로그가 공장 폐쇄를 선언하자 정부는 "공장을 몰수해 노동자의 손으로 운영하겠다"고 큰소리쳤고,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시리얼을 생산하지 못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하루 평균 4만3000명이 국경을 탈출하고, 일주일간 물가 상승률이 3만2000%에 달한다. 시민 몸무게는 지난해 평균 11㎏ 줄었다는 외신기사가 나올 정도로 생지옥이 따로 없다. 만약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를 번 돈으로 다른 산업을 육성하고,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경제정책을 펼쳤다면 저유가에 타격은 입겠지만 국가부도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가 없어서 오히려 망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나라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아니라 국민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 '정부와 시장은 조율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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