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 도로행정에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주택가 이면도로의 일방통행로를 지정하면서 보행로를 확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도로는 사람과 차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자동차가 우선으로 보행자들의 안전과 편의는 뒷전이 되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지방법원 주변 이면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하는 교통·주차환경 개선사업을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이달말 완료할 예정이다. 일부 마무리 작업만 남겨놓고 있어 이면도로 일방통행도 시행 중이다. 또 지역내 교통난이 심한 삼도1동(한국병원 뒷 블록), 제주도청, 하귀택지개발지구 주변과 우도면 등에 56억원을 투입해 이면도로 교통·주차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방통행로 지정으로 원활한 교통흐름과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면도로 일방통행로는 여전히 자동차를 위한 도로였다. 본보가 제주지방법원 주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 통행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일반통행로 양쪽 가장자리 모두 주차선을 그어놓았다. 주차공간이 줄어든다며 주민들이 반발하자 보행로를 없애고 주차면을 늘린 탓이다. 이 때문에 보행자들은 주행 차량과 주차 차량들 사이로 위태롭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은 주변에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인접해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구간이지만 인도는커녕 교통안전시설물도 부족해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결국 제주시는 주택가 이면도로 일방통행 지정을 두고 보행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헛말에 그쳤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 8월 대중교통체계개편 1주년을 맞아 보행자의 권리 신장과 편의 확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대중교통 중앙차로제를 위해 인도를 대폭 줄인 바 있다. 보행권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공간에서 걸을 수 있는 기본권리지만 너무 쉽게 무시되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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