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우 제주소방안전본부 방호조사팀장

자조(自助)는 스스로를 돕는다는 뜻이고, 공조(共助)는 서로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지난 4월 의용소방대원들과 일본 치바현 서부방재센터와 요코하마 시민방재센터를 방문해 선진방재 시스템을 체험했다. 그곳에서 본 놀라운 점은 내 가족, 내 생명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 속에 재난 초기 살아남기 위한 3일치(72시간) 구호물품을 비축하고 실전과 같이 재난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미리 대비하면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지킬 수 있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즐겁게 확실히 배우자'는 슬로건 아래 재난을 스스로,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가 확실해 보였다.

우리는 재난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한 번 뒤돌아보자. 재난이 발생하면 수없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인재(人災)' '늦장대응'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가 됐다' 등 과격한 용어와 함께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워 사고를 무마하려는 급급함만이 있다.

원인을 밝히고 제도, 행정, 예산, 인력 등 포괄적으로 대책을 세워 개선해야 함에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 되고,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국민 의식수준이나 선진국 대열에 위치해 있는데 안전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재난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예방은 많은 재원, 인력, 시간이 필요하다. 예방을 튼튼히 해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 해서는 안된다. 일종의 자동차 보험처럼 사고가 없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보험에 든 비용을 아까워하는 심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해서 드는 비용이 예방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대비하지 않으면 꼭 닥치는 것이 재난이다.

재난대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 앞에 주차를 할 때 소방차는 지나갈 수 있는지, 옆에 소화전은 사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주차를 하는 기본적인 행위, 그것이 곧 재난 대비이며 안전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스스로, 그리고 함께 대비하면 이미 재난의 절반은 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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