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들의 재정집행 능력이 가관이다. 편성한 예산을 쓰지 못해 다음해로 넘기는 이월·불용액이 매년 1조원을 넘고 있다. 심지어 정부·국회 절충을 통해 어렵사리 확보한 국비마저도 다음해로 이월시킬 만큼 재정 집행이 부진하다. 혈세를 사장시키는 업무행태가 반복되자 공무원들이 자신의 승진에는 눈독을 들이면서도 지역발전과 도민 행복엔 무관심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엊그제 '2017회계연도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심사를 열고 허술한 재정 관리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행정자치위의 분석 결과 2015년부터 원희룡 도정의 1년 세입예산이 전년도 이월금을 포함해 5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집행하지 못한 채 다음해로 넘긴 이월·불용액도 1조520억원에 달했다. 또 국비 2000억원을 이월시킨 결과 2016년 결산 기준 국비 집행률이 78%로 전국 평균 88%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꼴찌를 기록했다. 

공무들의 재정집행 부진은 주민 피해를 초래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예산을 쓰지 못한 업무가 쓰레기 처리 해소, 주차장 확대 및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내 공원부지 매입 등 대부분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다. 다시말해 공무원들이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해 확보한 예산을 쓰지 못한 결과 주민들이 쓰레기 처리난과 주차·교통난, 사유재산권 침해의 덤터기를 쓰는 것이다.

민선시대 출범후 이월·불용액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 규모가 원 도정 출범후인 2015년부터 1조원을 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게다가 쓰지 못한 채 금고속에 사장시킨 이월·불용액 1조원은 원 도정이 자랑하는 1년 복지예산과 맞먹는다. 과도한 이월·불용액은 예산편성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예산부족으로 필요한 사업마저 시행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공무원들이 주민으로부터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를 공무원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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