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 화산활동이 빚은 368개 제주의 상징이자 보물
선조 신성한 곳 여겨 오름아래서 태어나 묻히길 바라
농사·목축 등 척박함속에 풍요…제주 자연생태의 원천

화산분출로 형성된 368개의 제주 오름은 항상 도민의 곁에 있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산간부터 중산간을 지나 해안까지 분포돼 있어 제주는 오름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름이 태어나는 과정은 고통일 수 있지만 현재는 제주자연을 상징하는 보물이자 생명의 땅이다.

제주섬은 120만년전부터 2만5000년전까지 백만년 넘는 긴 세월동안 수많은 화산폭발과 용암을 뿜어내는 과정을 거쳐 차곡차곡 쌓여서 생긴 화산섬이다.  

그 화산활동 중심에는 바로 한라산이 있고, 어머니의 산에서 해안까지 내려오면서 또 다시 수많은 화산분출과 용암이 흘러 쌓이고, 화산재가 퇴적되면서 기생화산인 오름들이 태어났다.

제주선조들은 오름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제주의 목축문화는 오름에 의해 만들어졌다. 소와 말을 오름의 등성이에 올려놓기만해도 안심할 수 있었고, 소와 말들도 오름에서 자라는 풍부한 풀들을 먹고 잘 자랄 수 있었다.

굼부리(분화구)가 낮은 오름은 편편하고 깊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도내 오름 곳곳에서는 숯을 만들었던 가마터와 목장경계인 잣성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오름은 척박한 제주의 땅에서도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고, 제주선조들의 강건한 삶의 징표인 것이다.

360여개의 오름 하나하나마다 특별함과 개성으로 솟아 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제주의 오름들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도 다른 오묘함이 서려있다.

제주의 오름은 우리 아픈 역사와도 함께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도민들이 고초를 겪으며 만들어진 진지동굴로 인해 오름의 혈을 끊어놓은 듯한 고통을 함께 겪었다. 4·3 당시에는 도민들의 광풍을 피하기 위한 피신처가 되기도 했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학살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제주의 오름은 고통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환경이 위협받는 현대에는 생명의 원천으로 소중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름은 식수의 원천이자 온갖 동식물이 자생하는 생명의 터전이며, 제주경관을 완성하는 주춧돌이다.

제주의 선조들은 오름 아래에 살다가 오름에 묻혔다. 생명의 터전인 오름은 사람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한 사색공간인 것이다. 

제주오름 산등성이에는 산(무덤)과 이를 둘러싼 산담(돌담)을 볼 수 있다. 오름은 수많은 산과 산담을 품으면서 하나의 자연이 된다. 

"청산에랑 어멍을 묻곡, 녹산에랑 아방을 묻곡, 두 오름새(사이)에 댕기멍 흐르는 건 눈물이라라"라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듯이 선조들은 오름 아래서 태어나 오름에서 영원히 잠들기를 바랬다. 

제주의 오름은 원초적인 푸르름을 잃지 않고 항상 생명력이 넘친다. 선조들은 오름을 신성시 여기며 제를 지내기도 했다. 슬픔과 기쁨 모두를 아우렀던 오름은 제주민 삶의 시작지이자 종착지인 것이다.

제주의 오름은 단순히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지형이 아니다. 유형적이면서도 무형적인 가치를 모두 지니고 있다. 선조는 물론 현재 제주도민들도 오름을 신성시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주오름의 가치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제주의 오름은 과거에도 우리의 곁을 지켰고, 앞으로도 어머니의 숨결처럼 우리를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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