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경보가 내려진 1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일주도로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침수 차량을 구난하고 있다.

이달들어 1일·13일 두차례 남동부 중심 많은 비 
성질 다른 공기 만나 대기불안정...한라산 영향도
지구 온난화로 강수일수 줄고 강우 강도는 세져

폭염이 지나 제주에 물폭탄 수준의 국지성 호우가 잇따르고 있다.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면서 대기불안정이 강해지기 때문으로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산지와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한라산 성판악과 성산, 남원 태풍센터 지점에는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한때 서귀포 남원읍 일대에 시간당 최고 80㎜ 이상이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기상청은 "풍향이 다른 두개의 바람이 한라산이라는 지형에 가로 막혀 합류되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됐다"며 "한라산 영향으로 기류가 북쪽으로 가지 못하면서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에도 서귀포에 태풍 때와 맞먹는 기습 폭우가 내렸다. 1일 오후 서귀포에 시간당 최고 120.7㎜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제주 남쪽으로부터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와  제주 북동쪽으로부터 들어온 찬 공기가 만나 남부지역에서 정체하면서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국지성 호우가 잇따르는 이유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는 단계에서 북쪽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성질이 다른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강한 대기불안정을 만들어내는 데 원인이 있다.

특히 제주는 한라산이라는 지형적 효과가 더해져 제주도 일부 지역에 국지성 호우 현상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수증기량이 늘어나다 보니 비구름이 국지적으로 강하게 발달, 강수일수는 줄어들고 강우 강도는 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지성 호우는 특정 지역에 시간당 30㎜ 이상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발생 장소를 예측하기 어려워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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