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제주지방기상청장

온갖 강렬한 수식어를 다 붙여도 부족함 없던 기나긴 여름이 드디어 끝이 난 듯하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추분(양력 9월 23일)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더니 가까워진 추분이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확실히 체감하게 한다.

기상청도 가을에는 여름철 방재업무를 마무리하고 겨울철 방재기간 준비를 위해 숨 고르기를 한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방재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가을이라 해도 주의해야 할 기상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방관할 수 없는 '태풍'이 한 예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여름에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은 모두가 느슨해진 틈을 타 더 매섭게 영향을 준다. 지난 2016년 10월 상륙한 태풍 '차바(CHABA)'는 제주시에 하루 동안 213.1㎜의 비를 내리고, 최대순간풍속 47m/s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에 직접영향을 준 10월 태풍 중 가장 강력했다. 또한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 지나가거나 열대 저압부로 약화된 후에도 많은 비가 내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평균 0.8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으며 올 가을철 전망에서도 약 1개 정도가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된다. 가을 태풍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태풍과 같이 강력하진 않지만 가을철에 피부로 가장 가까이 와 닿는 현상은 바로 일교차와 자외선이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형적인 가을 날씨의 맑은 상태가 계속되면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고 가려질 곳 없는 자외선은 내 피부로 여과없이 내리쬔다. 

가을에는 최고·최저기온의 차가 10도 안팎이 되면 일교차가 크다고 볼 수 있고, 이 시기에는 공기도 점차 건조해진다. 기침, 아토피, 안구건조증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기상조건이니 건강관리에 주의해야한다. 또한 시기적으로 태양고도는 높고 구름양이 적어지다보니 자외선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자외선은 적당히 쐬면 체내에서 비타민D 합성에 도움을 주지만, 과할 경우 피부 노화와 백내장, 면역력 감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일교차와 자외선에 대해서는 기상청의 기온예보와 자외선지수 정보로 충분이 대비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감기가능지수, 피부질환가능지수 등 기상요소를 객관적 통계분석을 통해 개발한 다양한 생활기상정보는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철에 특히 주목해야한다. 예보와 정보는 기상청 날씨누리(www.weather.go.kr)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는 맑고 풍요로운 가을이 퍽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로 여기며 쓰는 말이다. 그러나 본래 이 사자성어는 침략을 많이 받던 북방의 중국인들이 하늘이 높아 푸르고 말이 살찔 때를 두려워하며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고자 나온 말이라고 한다. 두 가지 뜻을 교훈 삼아 우리는 새로이 다가온 계절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만끽하되 또한 언제 우리생활에 영향을 미칠지 모를 기상현상을 정보로써 경계하고 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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