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정치부 차장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의 FC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집합소다. 바르셀로나축구팀은 스페인 국내리그의 우승을 여러차례 차지했고 국가간 클럽팀들의 대항전에 서도 수차례 우승경력이 있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축구클럽팀이다. 과거 바르셀로나팀과 경기하는 팀들은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고 세계 각국의 최고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매년 영입하면서 팀을 구성한다는 것을 문제 삼고 싶을 것이다.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 초 공공기관 경영전략 보고회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공정한 룰을 기대했던 구직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우리 사회의 합리적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악질적인 구태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공공부문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채용 전담조직을 구성운영하고, 외부 민간 전문가를 책임자로 채용함으로써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공무원은 물론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채용업무도 병행하고, 특히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해 채용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선 7기 제주도정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개방형직위를 기존 15개에 36개로 대폭 확대했다. 인맥 이어가기, 선거공신 챙기기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잖은 비판에도 원 지사는 "공직혁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선택"이라며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개방형직위에 대한 채용이 하나 둘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내정자가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파다하다. 심지어 그 소문이 진실로 확인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범위를 넓혀보면 제주시·서귀포시장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공모도 유사하다. 사실상 말뿐인 공모다. 내정자 이외의 다른 응모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원 지사가 전임 도정의 적폐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내정자가 능력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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