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그 동안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지난 2015년 이른바 '부동산 광풍'이 휩쓸고 간 후 제주의 땅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통계청이 공표한 자료에서 그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지난해말까지 지난 3년간 제주의 토지거래 면적은 총6805만7000평(연평균 2208만6000평)이라고 했다. 한해 평균 여의도 면적 88만평의 25배 즉 제주 경지면적(6만2143㏊)의 12%에 상당하는 토지가 매년 거래됐다. 그 후 막대한 부동산 세금 징수액이 당시 상황을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토지의 지목 별 형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해 말 기준 10년 전인 2008년과 대비하면 전답 및 과수원은 404만2000평, 목장 및 임야는 1026만평이나 감소했다. 말하자면 1406만9000평 즉 아라동 제주대 캠퍼스(약 31만평)의 47배에 달하는 면적이 10년 새 타 용도로 형질 변경됐다. 우리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택용 대지, 도로, 산업단지, 관광단지, 골프장 등 개발에 쓰였다. 온 섬이 토목공사와 건축의 난개발 현장이 아니었던가. 장래후손의 생명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곡물재배가 가능한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시멘트를 붓는 순간 농경이 가능한 땅은 황무지로 변하기 까닭이다.

설상가상 최근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국가 식량안보가 위태롭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월 곡물 수급관련 정보를 담은 '2018 양정자료'의 내용이다. 지난해 잠정 식량자급률(사료 제외)은 48.9%이다. 지난 2016년도의 50.8%보다 더 떨어졌다. 제주도처럼 농지면적이 줄어 국내 곡물생산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곡물자급률(사료 포함)은 23.4%로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보리쌀은 24.9%, 밀 0.9%, 옥수수 0.8%, 콩 5.4% 등이다. 다시 말해 밀(가루)·옥수수·콩 등 잡곡은 약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림잡아 한국의 연간 식량소비량 2000만t 중 500만t은 국내에서 해결하고 나머지 1500만t을 수입해 온다는 계산이다. 결국 이 수치들은 곡물자급률이 떨어진 원인이 육류소비의 증가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람이 섭취해야 할 곡물을 가축에게 먹일 경우 식량의 전환손실은 막대하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소에게 12~14㎏의 곡물을 먹여야 한다. 돼지고기는 6~7㎏, 닭고기는 2~3㎏의 곡물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축산농가의 집단사육법이 문제다. 대량의 사료수입은 외화 손실을 초래하고 나아가 식량안보를 위협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식량주권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도민이 섭취하는 주식은 육지 것이다. 그리고 제주산 콩·메밀·보리·기장·조 등 건강잡곡인 식량은 대부분 육지로 나간다. 식량작물을 위한 경지이용비율은 전국 최하위 20%수준이다. 도민들은 밭농사로 번 돈을 육지 쌀과 바꾼다. 그러니 우리 먹거리 자주권은 없다고 해도 그리 무리가 없다. 제주전통음식도 그 품목이 500품을 헤아렸으나 이제는 20%만 남았을 뿐이다.

우리가 식량주권을 포기할 것인가 되찾을 것인가. 전적으로 이들 로컬푸드에 달려있다. 적어도 80년대 초 제주 낭푼밥상은 자급자족의 생태밥상이 아니었던가. 우리의 과거가 그 밥상에 녹아 있으니 미래를 비춰볼 수 있는 지혜의 거울이다. 식량주권이 없는 제주 미래는 어둡다. 밥상 내용부터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우선 농정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도정의 단일 경제작물재배와 특정 축산물에 치우친 정책은 섬의 식량안보를 저해한다.

우리의 생명줄인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도민의 권리가 식량주권이요 곧 식량안보다. 이제 제주도민은 우리 섬의 식량은 무엇이고 식량생산에 맞는 농업체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결정할 차례다. 그 결정은 오래된 미래 '제주 로컬푸드'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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