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9월 전국의 학교들이 식중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경기도 소재 식품제조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들고 풀무원푸드머스가 단체급식으로 공급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발견됐고, 환자 수는 2000여명을 훌쩍 넘었다. 

피해를 입은 급식소는 전국적으로 학교 175곳과 유치원, 사업장, 지역아동센터 등 모두 190곳에 이른다.

제주에서도 해당 제품을 공급한 6개 학교중 한 초등학교에서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 12명이 입원하고 급식 중단, 단축수업 등 애꿎은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나마 학교측이 교육지원청에  빠르게 신고하는 한편 방역 소독과 환자 등교중지 등 조치를 취해 추가환자 발생을 최소화했고, 도교육청 등 유관기관 식중독대응협의체의 모니터링을 통해 다른 학교의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11일 협의체가 활동을 마치고 13일 모든 환자가 완치수준으로 호전되면서 이번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학교급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학생들은 학교급식이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대기업의 자회사가 유통한 유명 제품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싹이 자리잡게 됐다.

국내 식품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강한 지배력으로 전국에서 지역업체들을 밀어내 왔고, 심지어 급식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문제가 생기면 "유통만 했을 뿐"이라며 생산업체를 탓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푸드머스도 지난해 급식비리로 적발된 적이 있다. 10개 가맹사업자와 함께 2012년부터 4년간 수도권 지역 148개교 영양사들에게 학교별로 1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4억7491만원 상당의 백화점·마트 상품권을 제공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식중독 사태로 학교급식 안전을 더이상 대규모 유통업체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로컬푸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먹을거리 안전을 위한 조건 가운데 친환경 농법이 있지만 '누가 생산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로컬푸드는 식품 원재료뿐만 아니라 지역 농수축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도 포함한다. 앞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제주산 식재료와 가공식품을 더 많이, 우선적으로 학교급식에 공급할 수 있는 공급 체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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