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공무원들의 재정운영 능력이 허약하다. 올해 편성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다음해로 이월하는 예산이 매년 급증하면서 학생들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예산을 어떻게 해서든지 확보하기 위한 예산편성에는 눈독을 들이면서도 정작 집행에는 소홀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은 세금으로 짜여지는 만큼 그 편성과 집행에는 엄격한 예산의 원칙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야 한다. 예산 원칙으로는 계획의 원칙, 재량의 원칙 등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예산집행의 신축성을 위한 방안으로 명시이월이 인정되고 있다. 명시이월은 해당 연도 내에 집행하지 못할 것이 예측되는 항목에 대해 미리 도의회의 승인을 얻어 다음 연도에 이월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 교육청의 명시이월 예산이 너무 많아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 쉽게 무너지고 있다.

도교육청의 지난해 교육비 특별회계 명시이월액은 1202억3300만원으로 전체 예산 9132억원의 13.2%에 달한다. 이 같은 명시이월액은 전년에 비해 17.55%(179억원4900)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도교육청의 명시이월액이 최근 들어 급증하는데 있다. 명시이월액은 2015년 583억7100만원, 2016년 1022억8400만원이다.

명시이월액 대부분은 시설사업비에서 발생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시설 사업을 제때 수행하지 못하면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해야 할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턱대고 예산만 확보하면서 꼭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예산은 한정돼 있다. 한정된 재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사용하기 위해서는 예산편성 단계부터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청의 예산편성 능력과 재정집행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내주머니 돈이라도 이렇게 허투루 계획하고 집행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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