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효선 제주도농업기술원 지도기획팀장

계절을 거스르는 겨울수박과 여름감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농작물 재배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시설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설재배지는 9만3500㏊이며 제주도는 2660㏊에 이른다. 지구온난화, 가뭄, 폭우 등의 이상기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농업생산 활동을 위한 대안으로 시설농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작물 재배지 중 55% 이상이 염류 집적문제가 발생돼 작물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설재배지 염류축적의 원인은 과다한 비료사용이다. 노지와 달리 빗물이 차단되는 환경과 하우스 내부의 온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지표면의 수분 증발량이 많아지고 이와 연계되어 토양중의 수분이 지표면으로 올라올 때 토양 중에 남아 있던 비료성분들이 물과 함께 표토로 이동하게 되어 수분은 증발하고 비료성분은 지표면에 남게 되는 현상의 반복으로 시설 내 지표부분의 염류는 요즘 같은 고온건조기에 토양 위로 하얗게 올라와 지표근처에서 작물의 새뿌리를 상하게 하고 길항작용으로 인한 다른 성분의 비료 흡수도 방해하면서 작물의 생육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시설재배지의 염류장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토양에 집적된 염류를 양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킬레이트제라는 물질로 불용화된 질소, 인산, 칼륨, 칼슘, 미량요소 등의 성분과 결합해 작물이 쉽게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켜 뿌리 근처로 양분을 이동시켜 주는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킬레이트제는 먼저 작물 정식 전에 토양을 채취해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해 토양의 염류집적도를 확인해야 하고 전기전도도(EC)가 2.0 ds m-1 이상일 경우 사용한다. 작물 수확 후 토양검정을 실시해 토양상태를 진단하고 필요시 킬레이트제 투입을 통해 토양 내 집적된 염류를 작물의 생육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비료투입량을 줄이고 양분 균형공급을 통한 작물 생산성 향상으로 소득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농경지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양분관리의 시작은 농업기술센터 토양검정 서비스를 활용한 자기토양 진단으로 농업경영비 절감은 물론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을 이끌어 갈 농업인의 책임과 본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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