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 변호사

우리 민법은 친생추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 내용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고,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 및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최근 민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친생추정을 받는 모든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을 소를 제기해 승소해야만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친생부인의 소는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이나 자녀를 상대로 제기해야 하는 이유로 다른 일방이 협조적이지 않는 등의 경우 절차 진행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은 모(母)의 인격권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올해 초 개정된 규정에 의하면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모(母)나 전 남편이 가정법원에 친생부인허가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일방을 상대로 하지 않는 비송절차이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훨씬 간소한 처리가 가능해졌다. 

친생부인허가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의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 또는 장기간의 별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만이 친생부인허가 청구의 대상이므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나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의 경우에는 여전히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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