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애월농협 등 장보기 후원…어르신 30명 참여
돼지고기와 쇠고기, 생선, 계란, 쌀 등 가득 구매 '뿌듯'
"비싼 물가 장보기 두려워… 차례음식 주변과 나눌 것"
"올 추석 명절은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제주시 애월농협 하나로마트. 제주시지역에 사는 홀몸노인들이 하나 둘 마트로 모였다. 도심에서 1시간여 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무릎과 허리가 아플 법도 한데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사는 날이기 때문이다.

제주농협(본부장 고병기), 애월농협(조합장 강경남)과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회장 오홍식)는 각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이날 '추석맞이 차례상 장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희망풍차 결연 가구 300가구에게 각 5만원 상당의 농촌사랑상품권이 제공됐으며, 이 중 30가구가 직접 장보기에 참여했다.

제주시 일도2동, 이도2동, 용담2동 등의 원도심 지역에서 먼 길을 찾아온 홀몸노인들은 카트를 끌고 적십자 봉사원과 읍면별 하나로 마트 임직원의 도움을 얻으며 마트를 누볐다.

4㎏ 백미 햅쌀을 가장 먼저 골라 카트에 싣고 산적용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주문했다. 전으로 부칠 애호박, 두부, 계란 등이 장바구니로 향했다.

제주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바닷고기'인 생선은 필수 제수용품이었다. 빛깔 좋은 생선을 몇 마리 골라 놓고 각자 필요한 만큼 구매했다.

1개에 1500원로 고가인 사과, 배 등의 과일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웃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과감히 챙겼다. 

비싼 물가에 넉넉하게 고를 순 없었지만 꼭 필요한 제수용품들만 소박하게 담았다.

장보기 행사에 참여한 오정강 할머니(87·용담2동)는 "그동안 혼자 살고 있어서 장보기도 힘든데다, 요즘 식재료들이 비싸서 차례상은 엄두도 못냈다"며 "올해 명절만큼은 동네 혼자 사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이며 나눠 먹을 계획"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송혜숙 할머니(69·일도2동)는 "올해는 조상님 볼 면목이 생겼다"며 "차례상을 풍성히 차릴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후원단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홍식 적십자사 회장은 "한가위를 맞이해 직접 차례상 재료를 준비하기 힘든 이웃들을 위해 차례상 장보기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제주농협과 함께 지역사회에 온정을 나누는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