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서 서명의원도 이탈…기권․투표불참․불출석 의원 ‘대의기관 자격 포기’
동료의원간 설전…준공영제 예산심사․행정시장 인사청문 등서 이중적행태
25일부터 6개 상임위원회 모두 유럽․미국 등서 해외연수 실시 도민 눈총

△요구서 서명 의원도 ‘이탈’

제주도의회가 하수 역류 사고로 논란을 빚은 신화역사공원 등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부결하자 도민사회에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또 일부 도의원간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이면서 후폭풍이 적잖을 것으로 예고된다.

제주도의회는 제364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허창옥 의원(대정읍)이 대표발의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상정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34명 가운데 찬성이 13명으로 정족수인 과반을 넘지 못했다. 반대는 8명, 기권은 13명이다.

그런데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에 서명한 의원이 2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서명 의원 중에서도 7표가 이탈했다.

그나마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의원보다 기권표를 던진 의원, 본회의 자체에 불참한 의원, 본회의에 출석했어도 재석버튼을 누르지 않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을 향해 대의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 일제 비판

제주도의회가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부결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1일 성명을 내고 " 제주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부결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크다"면서 "민의를 배신하고 부결에 참여한 행위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더욱 놀라운 사실은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에 22명의 의원이 서명했음에도 찬성이 13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요구안에 서명한 의원들이 재석하지 않았거나 기권 또는 반대를 했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결과를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성토했다.

또 "이번 행정조사 발동 부결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즉각 사과하고 이번 부결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행정사무조사 이상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19개 단체로 구성됐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도의회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한 도민은 이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8명과 기권한 13명, 불참한 8명, 불출석한 1명 등 모두 30명의 의원들을 향해 ‘제주도의원 중 사망한 30명에 대한 합동장례식을 거행한다’는 다소 격양된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특히 9월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 상임위가 유럽과 동남아, 미국 등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도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도의회를 바라보고 있다.

△의원간 설전도

이번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을 놓고 동료 의원간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이는 등 도의회 내홍도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의원은 21일 찬성과 반대, 기권 의원 이름이 정리된 표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했고,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양영식 의원이 ‘이걸 꼬~옥 올려야되겠냐? 이 ㅅㅂㄴ아’ 라는 욕설을 연상케하는 댓글을 달았다. 또 홍 의원은 ‘양영식 의원님 유감이다. 글을 삭제하려고 했는데 삭제했다가는 도민에게 ㅅㅂㄴ소리 듣게 될 것 같다’고 응수했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이미 내용이 캡처된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도민사회에 퍼지고 있다.

대표발의한 허창옥 의원은 “당혹스럽고 허무하다”며 “혁신의정을 하겠다는 도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 같아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께 죄송하다”고 표명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11대 도의회

제11대 도의회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언행불일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7월 제1회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올해 대중교통체계 개편 관련 예산 1488억원을 제주도의 뜻대로 통과시키고도 기회가 있을 때마마 버스준공영제 등 대중교통체제개편이 ‘돈 먹는 하마’라고 지적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제10대 도의회 때 일이지만 버스준공영제와 관련해 동료 의원이 발의한 감사원 감사 요청안을 부결시킨 전력도 있다. 당시 이 안을 발의한 의원은 “버스준공영제는 매년 800억원을 수반해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뒤따른다”고 주장했었다.

최근 제주시‧서귀포시 행정시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도의회의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 행정시장 인사청문특위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어찌 보면 난개발의 주범’ ‘농업전문가가 아닌 부동산전문가’라고 질책해놓고 ‘적격’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판은 도민들이 하면 된다’면서 책임을 도민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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