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가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 가운데 일부와 원희룡 지사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행정체제 개편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데 대해 제주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 위원이 전원 사퇴, 사실상 활동을 종결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2017년 6월 29일 행정시장 직선제, 4개 시로 구역 개편,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라는 3개 안을 담은 권고문을 제주도에 제출했기 때문에 소임을 다했다"며 "오늘 부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논의를 시작한 뒤 7년만에 간신히 만들어낸 최종 권고안을 새로 구성된 도의회와 재선에 성공한 도지사가 백지화함에 따라 모양을 구긴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스스로 해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행정시장 직선제(시장 직선·의회 미구성), 기초자치단체 부활(시장 직선·의회 구성), 현행 유지 등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3개 안 가운데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선택한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행정구조계층 단순화를 통한 고효율, 저비용 효과도 이미 허구임이 드러난 마당에 주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도민들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면 도민 공론조사다 공청회다 하면서 민선 7기 제주도정 임기를 훌쩍 넘길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게다가 위원회의 최종 결론마저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번복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선뜻 위원직을 맡을지도 의문이다. 이상향만 좇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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