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편집부 차장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하고 죽는다는 말이다. 수구초심은 '예기' 단궁상편에 나온다. 은나라 말기 강태공의 이름은 여상이다. 그는 위수가에 사냥 나왔던 창을 만나 함께 주왕을 몰아내고 주나라를 세웠다. 그 공로로 영구라는 곳에 봉해졌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5대손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나라 천자의 땅에 장사지내졌다.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하는 것이 바로 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구초심은 이 말에서 유래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민선 7기 제주도정이 도민의 선택을 받은 지 110여일이 지났다. 지난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이 이젠 도의원과 교육의원이란 직함을 갖고 도민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 나섰던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과 교육의원 후보들은 저마다 "도민만을 바라보면서 도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출범 100일을 넘긴 도의회가 벌써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도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도의회는 하수 역류 사고로 논란을 빚은 제주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한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부결했다. 게다가 도의회 상임위원회는 집행기관과 함께 유럽과 미국 등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부결한 것에 대해 도의원들은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 청구 등 저마다 이유를 대고 있다. 해외연수에 대해서도 선진지를 둘러보고 제주도에 도입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 등이 있을 것이다.

도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정치인들도 앵무새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되뇐다. 100일 만에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민의 시각과 정치인들의 견해가 다른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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