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가끔 'ㆍ'와 같은 알 수 없는 기호, 즉 깨진 글자가 등장한다. 대부분은 따옴표나 특수문자 등이 프로그램간 호환되지 않은 경우지만 제주에서는 'ㆍ'(아래아)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아래아는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 28자중 하나로, 현대 한국 표준어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제주어에서만 쓰이고 있다.

한글 자모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  'ㄱ, ㅋ, ㆁ, ㄷ, ㅌ, ㄴ, ㅂ, ㅍ, ㅁ, ㅈ, ㅊ, ㅅ, ㆆ, ㅎ, ㅇ, ㄹ, ㅿ, ㆍ,ㅡ, ㅣ,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스물여덟 자에서 점차 줄어들면서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ㆆ, ㆁ, ㅿ, ㆍ'가 줄어 스물넉 자가 됐다.

아래아는 1909년 국문연구소가 국어 맞춤법을 제정하기 위해 제출한 '국문연구의정안'까지는 남아있었다. 

당시 국문연구소 내에서도 아래아를 폐지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부결시키면서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의 모음 체계가 유지됐다.

하지만 1912년 일제의 조선총독부의 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에서 아래아를 폐지하는 대신 한자음을 표기할 때만 남기기로 결정했고, 1933년 조선어 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는 현행과 같은 자모체계로 정하면서 아래아는 한글 맞춤법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이처럼 아래아가 맞춤법에서 사라지면서 나타난 불편과 폐해는 제주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어를 말하면서도 표기와 검색은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양영길 시인이 지난달 10일 '한글 고어를 인터넷 환경에서 표기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아를 포함한 한글 고어를 인터넷 환경에서 표기하거나 검색할 수 없다는 것은 한글 고어에 대한 학습·연구가 외면받고, 대한민국 언어문화의 뿌리도 흔들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특히 제주어의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인터넷에서도 자유롭게 한글 고어가 소통되고 국민들의 언어생활 속으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글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정부와 학계의 의미있는 행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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