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제주산 월동무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도내 농가를 대상으로 2018~2019년산 월동무 재배의향을 조사한 결과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16% 증가한 6621㏊로 전망된 것이다. 더욱이 과잉생산으로 산지폐기(시장격리)가 이뤄졌던 지난해보다도 6%가 늘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역시 처리난과 가격하락의 악순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산 월동무 재배면적은 도내 전체적으로 늘었다. 마땅한 대체작물이 없는데다 지난해처럼 한파 등으로 출하기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농가의 막연한 기대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산지인 동부지역이 지난해보다 4.1% 증가하는 것은 물론 서부지역에서도 13.4%나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부지역은 지난 여름 가뭄에 이어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로 애월·한림·한경·대정·안덕 등 농가들이 당근·마늘·양배추·비트 등에서 월동무 중심으로 작목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이변 등으로 농산물 값이 오를 수 있지만 이는 말그대로 요행수일 뿐이다. 과잉생산은 처리난과 가격하락을 부를 수밖에 없다. 농사가 잘 되면 농가의 소득도 올라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산물 특성상 가격이 내려가도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정 수요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그 이상으로 떨어진다. 이러다보니 농산물 생산이 늘면 농가 소득이 떨어지고 반대로 생산이 감소하면 소득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풍년의 역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재배의향 조사처럼 올해산 제주 월동무가 과잉생산 된다면 이에 따른 처리난과 가격폭락은 불가피하다. 가격안정을 위해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는 산지폐기도 반복될 것이다. 무엇보다 적정생산을 위한 수급조절 등 농가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행정도 적정 재배를 위한 정확한 조사·관측 자료를 농가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대체작물 개발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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