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섬' 제주 노인들이 건강하지 못한 고령기를 보내고 있다. 제주도민들의 기대수명은 높지만 건강수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제주 노인들이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살지만 질병 등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KOSTAT 통계플러스에 실린 '고령자의 활동제약과 건강수명'에 따르면 제주도민들의 기대수명은 83.1세로 나타났다. 83.8세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또 전국평균(82.1세)보다 1세 높은 것은 물론 가장 낮은 경남(82.1세)과는 1.5세의 편차를 보였다. 기대수명이란 신생아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생활수준과 소득이 높아지고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제주를 비롯해 우리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타지역보다 오래 산다니 역시 장수의 섬이라 할 만한다. 하지만 건강수명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주도민들의 건강수명은 66.4세로 기대수명과 16.7세나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서울(69.7세)보다 3.3세가 낮은 것은 물론 전국평균(67.1세)에도 못미쳤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장애기간을 뺀 것이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으로 제주 노인들은 노후에 16년 이상을 각종 질병 등에 시달리다 생을 마친다는 말과 같다.

말년을 질병 등으로 고통스럽게 보낸다면 장수는 큰 의미가 없다.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편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주 노인들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노인들이 무병장수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개인 관리도 필요하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의료 인프라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도민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과 의료·사회복지체계 구축에 보건의료당국이 보다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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