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월동 채소류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농협들이 가공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월동채소류가 노지에서 재배되는 특성상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고, 생산량에 따라 농가 소득이 결정되는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월동채소류 가공산업은 밭에서 갓 수확한 원물을 육지부 농산물 도매시장에 그대로 공급하던 방식에서 탈피, 남는 물량을 처리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공산업으로 활로를 모색중인 대표적 품목은 구좌지역 향당근과 성산지역 월동무다. 구좌농협은 향당근 명품화사업 일환으로 가공공장을 완공, 향장품과 친환경 당근주스를 생산·판매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성산일출봉농협도 제주테크노파크의 기술지원으로 향장품과 음료·차·제과 제품을 생산하는 월동무 가공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세척한 월동무로 만두소에 사용중인 무말랭이와 김치 업체에 판매할 깍두기용 절단무 등 1차 가공무 생산·공급도 추진중이다.

주산지농협이 월동채소류의 경쟁력을 높일 가공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다.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읍·면지역에 가공공장을 시설하려 해도 처리장까지 연결된 공공하수관로가 없으면 건축을 할 수 없도록 제주도가 도시계획조례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하수관로가 연결된 토지는 가격이 비싸 가공공장을 설치·운영할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게 주산지농협의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공공하수관로 연결을 의무화한 도시계획조례는 2년전 입안 과정부터 문제가 적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도의회가 문제점을 파악,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읍·면지역의 하수도 기반시설 여건이 취약함에도 동지역처럼 일률적으로 규제한 결과 1차산업 가공품 생산시설까지 짓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도의회는 읍·면지역 주민들이 도시계획조례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차제에 사유재산권을 규제하는 다른 부문까지 개정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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