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끌어온 난제…최종 결정 미루며 논란만 키워
녹지 2015년 복지부 승인 후 지난해 11월 개원 허가 신청
지역 첫 사례 등 주목 불구 1000억 대 소송 등 일파만파

△찬반 평행선 팽팽
제주 영리병원 도입 논란은 10년 넘게 해묵은 체증이다.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2005년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결론을 놓고 14년이나 시간을 소요했을 만큼 지역 사회는 물론 관련 업계의 저항이 컸다.

2006년 12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핵심 프로젝트로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확정되며, 여론 조성을 위한 다양한 작업이 이뤄졌다. 지역 내분 수준의 반발이 이어지며 2008년 7월 추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반대 39.9%, 찬성 38.2%의 결과를 얻었다. 조사 목적  대로라면 사업 중단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제주도는 같은 해 '투자개방형 병원'을 내걸고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 후에도 제주특별법개정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내 영리병원 허용 내용이 삭제되고(2011년), 중국 싼얼병원이 제주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다 투자 부적격으로 무산(2013~2014년)됐다. 이어 2015년 6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루디(녹지)그룹이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을 요청해 같은 해 12월 허가를 받았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보건복지부 승인 이후 2016년 4월부터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만8223㎡) 규모에 47개 병상을 갖춘 녹지국제병원을 조성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개 과목으로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등 모두 134명을 채용했다.

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도지사 허가, 정확하게는 도지사의 결정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의료 영리화 도입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11월 병원 개원 허가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6차례나 허가 연기를 하는 등 결론을 내리지 못하던 도는 지난 2월 의료 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영리병원에 대한 공론조사 청구를 수용했다. '영리병원' '의료 영리화'라는 이슈 외에도 이번 숙의형 공론조사는 지역 차원에서 첨예한 현안을 두고 진행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제주도가 지역 자치역량 제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중까지 내비쳤지만 녹지병원 측이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와 공론조사위원회 협조를 거부하는 등 숙의형 공론조사를 부정하면서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후폭풍이 클 것이란 우려를 샀다.

4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출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높였다.

△ 파장 이미 예고…대안 한계
최종 허가 결정은 원희룡 지사의 몫이지만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혔던 만큼 이번 불허 권고안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불허에 따른 파장도 이미 예고됐다. 사업자 측이 막대한 비용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말 준공한 녹지국제병원은 부지매입비, 건축비, 시설비 등 778억원을 투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미 채용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월 8억 5000만원) 등 최소 8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 등에서 사업자측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준공까지 마친 녹지국제병원에서 인수해 활용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제주도와 보건복지부, JDC가 최소 800억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건물을 인수한 뒤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서귀포 지역 거점병원으로 활용하는 등 가능한 경우의 수를 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답은 없는 상황이다.

녹지국제병원은 피부·성형과 등에 특화해 시설하면서 병상이 협소한 등 종합병원 규모로 확대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제의료코디네이터를 포함한 기채용 인력의 고용 승계 여부도 장담하기 힘든 등 부담이 크다.

공론절차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사업을 완료한 상황에서 이후 만들어진 조례를 적용해 판단하는 데 따른 행정 일관성 부족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국영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제주는 물론 국가 대외신임도 하락을 회복하는 방안도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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