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생존 수형인들이 6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대표 양동윤) 주최 수형생존자와의 대화에서 4·3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4·3도민연대, 옛 대구형무소 터 등서 진혼제 봉행
7년만 재개…생존수형인들 "불명예 회복해 달라"

"이역만리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가창골짜기 지경(地境)에서 아직도 구천을 헤매는 4·3영령들이시여. 님들의 후손들이 제주(祭主)가 되어 제단에 향을 사르고 엎드려 간절히 청하오니 이 정성 받아들여 눈물 거두시고 강림하옵소서"

5일 오전 가창골짜기 희생자 진혼제에서 인천형무소 수형생존자 박동수 할아버지(86)가 4·3영령들에게 고한 초혼문의 일부다.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대표 양동윤·이하 4·3도민연대)는 5일부터 7일까지 가창골짜기와 옛 코발트광산, 옛 대구형무소터 등을 방문해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

이번 형무소 순례는 2010년 광주형무소 순례 이후 7년만의 재개로, '제주4·3 70주년'은 물론 '4·3 군사재판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진 해에 전개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날 행사에는 박 할아버지와 전주형무소 수형생존자 오희춘 할머니(86), 대구형무소 수형생존자 현우룡(95)·오영종 할아버지(90)가 동행했다.

대구형무소는 제주4·3 당시 불법군사재판에 연루된 제주도민 500여명 등이 수감됐던 곳이다.

가창골짜기는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제주도민 165명을 포함한 1만여명이 희생된 곳이며, 옛 코발트광산 역시 한국전쟁 때 대규모 학살이 자행된 장소다.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대표 양동윤)는 5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가창골짜기를 방문해 4·3 희생자 진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각 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생존수형자들은 먹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옛 건물이 무너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며 옛 자취는 사라졌지만, 70년이 지난 현재도 그 날의 기억은 생생했다.

오 할아버지는 6일 열린 생존수형인과의 대화에서 "1949년 5월 잠복해 있던 군인이 쏜 총에 맞은 후 정식 재판도 없이 수감됐다"며 "대구형무소 병상에서 총상을 치료받아 겨우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4·3때 할머니와 동생 2명을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었다"며 "지금까지 억울하게 사는 이 한만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현 할아버지도 "중간산 마을을 전전하며 도망치다가 1949년 5월께 군인에 붙잡혔다"며 "당시 형량을 듣지도 못하고 7월 20일께 제주를 떠나 목포, 대전 등을 거쳐 대구형무소에 수감, 1956년 2월 27일날 출소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불명예를 회복하는 게 첫 번째 인생 목표"라며 "4·3 수형인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소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