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선 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2017/2018 라이온스 제주지구 총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축구 전문가이며 교통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회 당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방문한 첫 마디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개인기나 정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체력이 형편없다"는 진단을 한다.

당시 우리나라 축구는 체력이나 투지 하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개인기나 기본 전술에서 유럽팀에 밀린다고 다들 말하던 시기로 감독이 뭘 모르고 내 뱉은 말일것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계속 대패하자 오대영이란 별명으로 비아냥 거릴만큼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별 체력 훈련과 맞춤 교습으로 1년여 조련한 후 대회 개막직전 프랑스와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는 거의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세계 4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체력에 자신있는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가 유럽 진출후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가 몇 안되는 것을 보면 히딩크의 진단이 정확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축구든 교통이든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그 효과를 분석하고 계속 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제주는 교통에 관한 한 어느 도시 못지않게 많은 투자를 하고 시범사업을 도입하면서 국가 교통사업을 선도하는 모델도시로 2000년대 초에는 교통문화지수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또 연간 100명이 넘던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6~70명대로 낮췄으며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내 사망사고는 뉴스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한 희망적인 순방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주 교통을 이야기할 때 도로혼잡이나 주차문제, 환승문제는 물론 노인 교통사고 등에서 아직 멀었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제주의 교통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하는 숙제를 아직도 풀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즉 소통난, 승차난, 주차난이라고 하는 기존 3대 교통문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으로 발전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근래 제주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교통체계 개편 작업에는 대중 교통을 우선으로 하고 환승센터와 거점 주차장 조성 등 앞에서 지적한 기존의 교통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관광제주가 앞으로 먹고 살만한 청정지역으로 대변되는 농수축의 산업을 지키고 여기에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사회전반이 합심해야 한다. 특히 교통이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신공항은 물론 공·항만의 연결도로의 구상과 아울러 주요 포스트 및 도심 동맥도로에는 신교통 도입방안을 조속히 수립해 국가 교통망 계획에 반영을 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여주는 관광이나 관광객 수에 연연한 우리는 여행사의 난립이나 렌트카의 적자폭만 늘리고 있었고 이제와서 적정대수로 손질하려니 시간과 비용은 한없이 소요되는 악 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전기차나 대중교통 우선의 정책과 차세대 교통체계(C-ITS)의 도입 등은 섬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더없이 좋은 정책이다.

운전자들은 내가 가는 길이 시원하고 내차를 세울 공간만 만들어 주면 더없이 좋은 교통환경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후손들에게 우리는 이러이러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러한 환경을 너희에게 물려 주노라고 떳떳하게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숲을 치우면서 주차장을 만들고 아름드리 나무를 자르면서 도로를 확장하는 일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교통의 이용자이면서 사용자다. 도로 경계석에 걸쳐서 주차를 해 놓고 보행인에게도 차량에게도 지장을 주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 말고 '나 하나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잡초밭이 꽃밭이 된다'는 진리를 생각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설문대 할망의 조냥정신과 제주를 찾는 외부인들에게는 나누고 배푸는 김만덕의 봉사정신을 되 새길 때다.

공항에서 신제주 방향의 공항로는 도로가 4개로 만들어져 있다. 가로수를 살리면서 도로를 확장한 훌륭한 경험이 있는 제주 사람들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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