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공공시설 등에 각종 증명서 발급 편의를 위해 설치된 행정민원 무인발급기가 장애인들에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기기 설계 자체가 비장애인들에 맞춰져 있어 장애인들은 아예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내 무인민원발급기가 장애인 키패드나 음성안내 등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편의기능이 전국에서 가장 미흡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내에는 행정기관 및 제주공항, 제주항 등에 모두 53대의 무인민원발급기가 설치돼 있다.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발급기는 행정안전부 '행정사무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KIOSK) 표준규격' 고시에 따라 필수규격과 선택규격 기준을 정한다. 장애인키패드·시각장애인 음성안내·청각장애인용 확인메시지·점자라벨·이어폰소켓 등은 필수규격이고, 촉각모니터·화면확대기능·휠체어 사용자 조작 등은 선택규격이다.

그런데 도내 설치된 무인발급기 상당수가 이같은 행정안전부 표준규격에 적합하지 않았다. 올해 8월 기준 제주지역 무인민원발급기 중 필수규격 적용비율은 32.5%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체 53대 중 장애인 키패드가 설치된 것은 9대(17%), 시작장애인 음성안내 9대(17%), 점자라벨 8대(15%), 이어폰소켓 7대(13%) 등에 그치면서 필수규격 적용비율이 가장 높은 세종(75.9%)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런가하면 도내 무인발급기의 선택규격 적용비율도 9.4%에 머물면서 전국 최하위를 보였다.

무인민원발급기는 민원인들이 증명서 발급을 위해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거나 시간을 줄이는 등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장애인들은 되레 불편과 또다른 소외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 민원발급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지자체의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아울러 편의성 등으로 인해 민원발급기뿐 아니라 무인기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기기를 개발하고 제작할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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