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연기 제주한라병원 유방·내분비암 센터장·의료자문위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불행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우가 많다. 

한 환자에 고혈압, 당뇨, 뇌졸중, 퇴행성관절염 등 여러 만성질환이 합병되는 것처럼 한 가지 암이 생긴 것도 당황스러운데 동시에 다른 여러 장기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중복암'이란 같은 장기에 여러 개의 종양이 생기거나 타 장기로 전이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기에 다른 종류의 암이 생긴 것을 말한다. 유방암과 갑상샘암, 유방암과 난소암. 간암과 위암 등, 보통은 흔히 발생하는 암을 최초 진단 후에 병기설정이나 전신전이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특정 암끼리 서로 같이 잘 발생하는 관계를 찾기는 어렵고 대부분 많이 발생하는 빈도대로 다른 암이 중복된다. 유방암 등 특정 암과 동반된 기타 암의 빈도를 분석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발 하는 암 순서대로 중복되는 암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여러 특정 내분비장기에 종양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유방암과 난소암 또는 뇌하수체 종양과 부갑상선종양, 췌장종양이 함께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암 발생 유전자 변이에 기인하는 경우일 수 있어 가족력 조사와 각 장기에 대한 세밀한 검사, 관련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중복암은 치료를 할 때 가급적이면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인 암에 맞춰 치료 순서와 항암치료 약제를 선택한다. 동시에 또는 짧은 기일 내에 각 장기의 암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고 항암약제는 두 암에 다 같이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하거나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치료를 시행하는 의사들도 모든 암에 전문가일수 없는 만큼 해당 암 분야의 전문의 간에 긴밀한 협의와 협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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