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 필자는 매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직 외국인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으로, 세계적 체인을 가지고 있는 이름 있는 호텔이었음에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이었는데 내가 묵던 객실의 TV에 문제가 생겼다.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몇 번이나 전화를 돌린 다음, 더듬거리는 영어로 누군가가 체크하러 방으로 갈 거라고 했다. 이윽고 객실에 찾아온 직원은 작업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엔지니어인 듯 했는데, 이리저리 TV를 살펴보고 무언가 현지어로 설명했으나 외국어로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 젊은 직원은 스마트폰 앱을 구동하여 무어라고 말했고, 그 말은 거의 완벽한 영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TV가 고장이 난 것 같은데 수리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니 방을 바꿔주겠단다. 이제 여행용 외국어를 비행기 안에서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고, 조만간 한국어도 완벽하게 통번역이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같은' 로봇이 현실화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체코에서 열린 인공지능회의(HLAI)에서는 40%의 전문가들이 5~10년 후 사람수준의 인공종합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적어도 20년 이내 등장한다고 대답한 숫자는 70%에 육박했다고 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몇 해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들이 20년 안에 사무직의 절반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결론내린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종합해 보자면, 적어도 20년 이내에 인간이 로봇과 함께 사는, 지금까지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새로운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제46차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일자리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일자리 717만개가 사라지고 210만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진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3%가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고위험군에는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가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전문직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흔히 미래의 직업으로 분류되는 코딩이나 디지털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시키면 앞으로 유망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교육이나 인성교육을 시키지 않고 코딩과 IT중심 교육만을 시켰을 때 실패한 사례가 미국의 알트스쿨(alt school)이다. 알트스쿨은 구글 엔지니어가 만들고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이 천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만든 학교로, 유치원부터 아이패드를 비롯한 첨단 기기들을 사용하여 소위 코딩중심의 프로젝트교육, 코칭중심 개인형 맞춤학습의 시행으로 공교육의 대안으로서 미래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읽기 쓰기 등 기초능력의 저하와 인터넷 베끼기로 과제 수행을 하는 등의 실패로 결국 폐교의 수순을 밟았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미래를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 그럼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하냐고 물을 것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어려울 것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인간을 다루는 직업이 AI와의 경쟁에서 최후까지 남을 수 있는 직업군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감, 소통, 창의, 설득, 협상 같은 능력이 미래에도 가장 필요한 '사람'의 역량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을 돌아보면, 정해진 답을 향해 문제를 푸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에 머물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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