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호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장

제57회 탐라문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축제의 무대를 위해 열정과 시간을 쏟으며 준비하고 있을 참가자들을 생각하면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도 더 바빠진다. 결실의 계절인만큼 제주 문화예술의 현재를 완성도 높게 선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주는 천혜의 섬으로 불리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바람부는 땅과 바다를 지키며 살아왔던 선조들의 삶은 분명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탐라의 선인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지혜와 개척의 정신으로 탐라를 가꾸면서 문화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때문에 탐라문화는 강인하고 고유한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껏 우리 안에 전해지는 선조들의 정신과 지혜가 바로 50년 넘게 탐라문화제를 지탱해 오는 힘일 것이라 생각한다. 

탐라문화제는 탐라인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추구해왔다. 올해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제주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고, 앞으로의 제주문화 중흥을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산지천에 무대를 설치해 수변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개막 등 다양한 무대공연들을 연출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장소를 옮겨와 도심속축제로 전환한 탐라문화제는 산지천 일대의 수변, 광장, 공원, 골목, 거리, 건물 등의 특색을 수용해 도심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다각화하여 추진하고 있다. '문화의 길' 행사장도 구 코리아 극장에서 산지천에 이르기까지 구간을 넓혀, 축제장의 동선이 도심의 거리를 따라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제주문화가장퍼레이드 역시 옛 제주성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오현단의 제이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구간을 확대했다. 제주문화가장퍼레이드는 제주의 문화와 역사, 자연과 생태 등 제주와 관련된 컨텐츠들을 참가자 각자의 기획에 의해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문화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공연단체들이 참여하는 국내·외 교류행사를 확대했으며, 문화교류를 통해 타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탐라문화제는 제주인들의 저력을 한껏 발산하는 축제의 장이다. 때문에 축제기간 내내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개막행사와 내년을 기약하는 폐막행사로 이루어진 '기원축제', 제주문화의 자유로운 해석과 다양한 표현을 통해 누구나 즐기는 축제를 구현하는 '문화의 길 축제', 무형문화재 재연과 민속예술경연 등 제주전통문화의 원형을 보존·전승하는 '제주문화축제', 국내·외 문화교류행사 및 체험행사 등 예술문화의 소통을 보여주는 '참여문화축제' 등 4대 핵심축제로 구성했다. 핵심축제 안에서 다양하게 세분화된 축제의 면면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길 바란다. 

탐라문화제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제주도민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탐라의 정체성으로부터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고, 현재의 우리로부터 미래의 새로운 제주문화가 있을 것이다. 제주 문화의 현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탐라문화제는 그런 맥락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감각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축제다. 앞으로도 탐라문화제는 120만 제주인과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제주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축제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모쪼록 57회를 맞는 탐라문화제에 많이들 방문해 마음껏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