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정치부 차장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조선 인조때 학자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이다. 굿이 끝난 뒤에 장구를 치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난 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과 같고, 말을 잃어버린 후에는 마구간을 고쳐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즉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중국 전한시대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고사로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양을 잃고 나서야 우리를 고친다는 뜻입니다. 양도 없는데 우리를 고쳐 봐야 헛수고일 뿐이라는 의미다. 우리 속담 '늦은 밥 먹고 파장(罷場) 간다' '단솥에 물 붓기'도 비슷한 뜻을 가진다.

'하이인리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193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 감독관인 하이인리라는 사람이 보험사고의 유형들을 조사하다 발견한 법칙으로, 한 건의 대형사고가 터질 때까지는 비슷한 29회의 경미한 사고들이 먼저 있고, 다시 그 이전에는 300회 이상의 아주 가벼운 징후들이 먼저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제주경제에 경고등이 켰졌다. 2013년(5.1%) 이후 꾸준히 상승한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은 2016년 7.3%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에는 4.8%로 떨어졌다. 제주연구원은 올해도 당초 전망치 4.5%보다 하향한 4.2%로 조정했다. 그동안 제주경제를 이끌었던 건설업과 관광업이 침제다. 올해 7월중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14조5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지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렇듯 경제지표 어느 한 분야 암울하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제주경제 구조상 지금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약한 내부 경쟁력으로 대외여건에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외부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제주사회가 그동안의 호황이 취해 곳곳에서 나타난 경제위기의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치료할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 더 늦기 전에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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