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국내 첫 외국인영리병원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제주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가 공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설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비율이 58.9%로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 38.9%보다 20.0%포인트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제주도에 불허를 권고했다. 원희룡 도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녹지병원에 대해 불허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은 10년 넘게 논란을 불러온 사안이다. 그러나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핵심 프로젝트로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확정된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루디(녹지)그룹은 이같은 규정에 따라 2015년 6월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을 요청해 같은해 12월 허가를 받았다. 이어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47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조성하고 지난해 11월 병원 개원 허가 신청서를 제주도에 접수했다. 제주도는 6차례나 허가 연기를 하는 등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지난 2월 공론조사 청구를 수용했으며 결과는 개설 불허로 나왔다.

녹지국제병원은 부지매입비와 건축비, 시설비 등 778억원을 투입했으며 의료진 등을 채용해 매월 8억5000만원 가량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다. 법적 절차를 마무리짓고 개원을 기다리다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5조2000억원이 투자되는 제주 최대 규모의 마이스복합리조트단지를 조성하는 오라관광단지는 법적 근거도 없는 자본검증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제주도는 당초 이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나 여론에 떠밀려 법적근거도 없는 '자본검증'을 도입, 사실상 사업을 중단시켰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JCC(주)는 경영진이 바뀌었다. 중국 화륭그룹 자회사인 화륭치업이 JC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화륭치업 가오간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9월 11일 제주도청을 방문, 원희룡 지사를 면담하고 사업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자본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모 그룹인 화륭그룹 차원에서 재원조달이 가능한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며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중국 자본이 7239억원을 투자하는 신화련금수산장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도의회가 사업자의 발목을 잡은 사례다. 도의회는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 과정에서 관광호텔 높이를 5층(20m)에서 3층(12m)으로 하향조정하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에 앞서 제주도경관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이 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결을 하면서 '건축물 높이가 20m를 초과하지 않도록 계획하라'고 주문해 사업자가 이를 따랐음에도 도의회가 추가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사업자측은 제주도의 요구대로 난개발 방지를 위해 분양위주의 숙박시설을 대폭 축소하는 사업계획을 조정했음에도 다시 호텔 높이를 3층으로 낮추면 객실수가 628개에서 372개로 40% 감축돼 사업타당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도정은 2014년 7월 출범한 이후 관광개발 위주에서 탈피해 '환경보호' '투자부문간 균형' '제주 미래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는 투자유치 3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임 도정을 믿고 당시 정책에 따라 투자를 한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제주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자본검증과 사실상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사업에 대해 공론조사 등으로 투자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 이는 제주 투자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제주에 투자한 기업들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제주도의 신뢰성도 회복되고 앞으로 원하는 분야의 투자유치도 활발해질 수 있다. 추가 투자유치는 고사하고 이미 추진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포기를 하도록 하는 정책이나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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