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도민기자.

표석의 위치선정 등, 관리 소홀 문제점도 드러나
도시재생·조성 사업에도 주변 역사유적과 어울리는 기획이 필요

제주에 사는 사람이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관심 있고 의미 깊게 둘러보는 곳이 제주의 역사문화 유적지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SNS 게시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녀갔던 제주의 곳곳이 사진과 글과 개인의 느낌을 담은 1인 안내서로 빠르고 넓게 퍼지고 있다. 게시물을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공유한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다.

세상이 하나의 유기체로 각종 정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시대를 살다보니 여러 가지 시설물에 대한 안내 표식에도 신중하고 정확한 내용 표기가 필요하다. 그 내용이 고스란히 사실로 인정되어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정보를 전달할 때에도 여러 차례의 교정 작업이 필요하듯, 제주의 비경과 비사를 알리는 중요한 안내 표석이나 내용물을 전문가와 함께 고증하고 사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구좌지역 유물과 유적인 한동 환해장성 안내표지는 크고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게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년도 표기가 잘못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곳을 찾는 탐방객이 오류를 지적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제주의 역사문화 유적지를 알리는 표석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들이 많이 시행되고 있어서 제주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접할 수 있다. 답사를 다니다보면 원도심 내에서도 표석의 위치 설정이나 관리에 허술한 부분이 발견되곤 한다.

삼천서당과 공신정터, 그리고 공덕동산과 금산공원을 둘러볼 수 있는 동문터 주변을 돌다보면 우석목터 표석이 한 건물 안쪽으로 돌아서 있어서 내용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곳도 있었다. 문화유적지 표석이 세워진 후 건물이 후에 들어서서 생긴 상황으로 보이지만, 보는 이에게 '행정의 문제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동문 성곽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남수각 벽화길. 이곳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주변의 골목 벽화를 조성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전에 비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밑바닥에도 '추억의 기찻길'이라는 그림으로 걷는 이에게 사진 속 추억을 담는 화보 촬영지로써 관심을 끌고 있다. 남수각 주변 골목을 이렇게 정겨운 벽화길로 재탄생 시킨 것은 참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재생 사업에도 주변 역사유적과 어울리는 그림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이 지역의 가치가 좀 더 쉽게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제주에 없는 기찻길보다 이곳이 잔여 성벽이 여전히 남아있는 매우 소중한 곳이니만큼 '추억의 성곽길, 추억의 성터'와 같은 소중한 역사 문화 유적을 상상할 수 있는 그림으로 디자인을 했으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도내 곳곳에 아직도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역사문화 유적지가 많다. 안내 표석 하나에도 전문가의 고증이 필요하고, 각종 도시재생·도시조성 사업에도 역사의 흔적을 감안한 디자인과 기획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으로 작은 마찰도 줄이려는 관련 각 기관의 노력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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