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최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동, 공공 등 여러 경제·사회 부문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구조 개혁을 통해 고비용과 저효율로 상징되는 영국의 경제·사회 체제를 혁신한 마가렛 대처 전 총리와 비견되기도 한다. 사실 마크롱의 개혁 정책은 이전 올랑드 사회당 정부가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적 기조의 경제 정책을 통해 장기적 경기 침체와 고실업률을 가져오면서 이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마크롱은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고용 창출을 위해서 노동 부문의 개혁을 추진했다. 취임 초기부터 마크롱은 노동법 개혁을 통해 노동 단체의 기득권적 권한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노사 협상 방식을 산별 노조에서 개별 기업으로 전환했으며 초과 근무 수당을 삭감해서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했다. 또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인 국영철도공사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입 직원부터 종신 고용제를 폐지해 철도 개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노동 부문의 개혁을 기반으로 마크롱은 중앙 정부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조달한 자금을 민간 부문의 창업과 기술 혁신에 투입하는 등 공공 부문의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마크롱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지급액의 증가폭을 제한하는 등 비효율적 복지 시스템을 혁신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또 마크롱은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서 조달한 자금으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공공 부문의 개혁을 바탕으로 마크롱은 경제 정책의 기본 기조로 친기업 정책을 제시하며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과 최저 임금 동결을 통해서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그리고 마크롱은 세일즈 외교로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을 초대하고 설득해서 해외 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신규 고용을 확충했다. 결국 마크롱은 국내·외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서 프랑스 경제를 장기적 경기 침체와 고실업률에서 벗어나 활력있는 성장 기조로 전환시켰다.

그렇지만 마크롱의 개혁 정책은 노동·공공 부문 개혁에 대한 노동계와 공무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프랑스 내부에 개혁 피로감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마크롱의 지지율은 급속히 하락해 지난해 60% 대에서 최근 30% 초반 대로 추락했다. 그런데 마크롱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언론 및 대중에 대한 소통력이 취약한 마크롱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방식의 통치 스타일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향후 마크롱은 지지 기반을 확충하고 개혁적 정책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기존의 권위적 리더십을 대중 친화적이고 협의와 협력을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또 개혁 정책이 상류 계층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마크롱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서의 실질적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개혁의 절박함을 적극 강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일부 소수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논리에 기반해 정규직에 대한 고용 및 복지 부문에서의 과도한 보호와 혜택 등 노동 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서 국제 경쟁력이 매우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 부문에서 마크롱의 개혁은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내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국가 재정 투자를 통한 공공 부문의 확대에 의존하는 고용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저 임금 인상 등 현실의 기업 환경에 적합하지 못한 정책과 결합돼 현 단계 고용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고용 상황을 바라볼 때 공공 부문의 축소와 민간 부문인 국내·외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한 마크롱의 고용 확충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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