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장

"저는 여전히 책이 고파요.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책이 있어서 책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책고픔'을 느꼈으면 해요"

한 달에 수백, 수천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책을 접하기 쉬운 요즘도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장(72)은 책이 고프다.

이 위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당시 책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소를 끌고 다니며 고등학교에 진학할 돈을 마련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힘든 시간을 버텼다. 서귀포 남주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보다 많은 책을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후 제주교육대학을 거쳐 1969년부터 교편을 잡았다. 

교직에 선 이후 문예반을 꾸려 아이들과 함께 책으로 소통했다. 그는 3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사, 교감, 교장으로 재직하며 아이들에게 늘 책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이 위원장은 "책을 읽으라고 추천만 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게끔 자극과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퇴직 후 제자의 권유로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장을 맡으며 책읽기 문화를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이 책의 즐거움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책읽기 릴레이 등 시민독서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지역 독서문화 역할 정립 및 지역문화 정책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8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제24회 독서문화상 독서문화진흥 유공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많은 이에게 올바른 독서 방법과 즐거움을 전파하기 위해 몇 년 전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뒀던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 수필 문학에 등단해 제주문협, 서귀포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세상엔 무수한 길이 있다. 사람들은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며 가슴 저미거나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하고 후회하기도 한다"며 "단 한 번뿐인 삶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을 길'도 책을 통해서 미리 가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후에 여력이 된다면 집에 도서관을 만들어서 가족들은 물론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독서공간과 더불어 책을 통한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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