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이란 결코 젊음의 몫만은 아니다. 최근 나란히 시집을 출간한 강통원·문충성 시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식지 않는 시 쓰기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강통원 시인은 35년생, 문충성 시인은 38년생이니 두 시인 모두 이제 60대 중반이다. 선후배 사이이며 같은 대학 동료이기도 한 두 시인 모두 77년에 시단에 등단했다.

 시인으로서 세월만도 30년이 훌쩍 넘은, 그래서 이제는 제주문단의 원로라고 불려도 부끄럼이 없지만 그들의 시력(詩力)은 320·30대 시인들의 그것에 못지 않다.

 지난 1998년 「제주도 서설」을 상재한 이후 6년 만에 시집 「돌하르방」을 펴낸 강통원 시인과 62년부터 최근까지의 미발표 시를 모아 출간한 문충성 시인의 「망각속에 잠자는 돌」은 오랜 세월의 침잠을 뚫고 나온 시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시편에서는 ‘문학의 위기’라는 세간의 평을 엄살 아닌 엄살로 돌려놓은 연륜을 느낄 수 있다.

 태초 신의 창조는 곡선이었음을 지적하며 그것이 ‘유연하고 정연한 유동’이며 ‘순연하고 황홀한 곡선들의 축제’라고 노래하는 강통원 시인은 세상의 원초적 질서가 사라진 시대의 아픔을 토로한다.

 돌하르방의 입을 빌어 ‘함부로 말하지 마라, 섣부르게 노래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강통원 시인은 현대의 물신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나 이 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었다/움직여야겠다/입을 열어야겠다/증언하고 고발하고 예언하겠다’(‘돌하르방 가는길’중)는 시인의 결연한 선언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채찍이다.

 소설가 현길언이 ‘시의 시대의 마지막 시인’이라는 상찬을 던지고 있는 문충성 시인 역시 세상에 대한 정직한 바라봄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62년과 64년 사이에 썼던 시 ‘서시’에서 ‘불붙어 지나가는/내 젊음/태우는/한 줄기 불길’이라며 청춘의 정열을 노래하던 시인은 이제 ‘오줌 누며 시원하게/깨어진 유리창 너머로/내다본다 아!/무한이!/활활/타고 있는’산의 진경을 완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미발표 시들과 최근에 창작한 시편들을 연대기 순으로 모아놓고 있는 이번 시집에서 문충성 시인은 그의 시가 보여줬던 다양한 관심의 변이를 보여주고 있다.

 ‘寒天의 땅’연작을 통해 제주 땅의 역사를 노래하며 세월의 흐름을 관통하는 시인의 선 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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