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는 지난 8월 태풍 '솔릭' 내습때 그늘막 시설을 모두 철거한 반면 동주민센터, 서귀포시,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결박 조치하는 등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진은 롯데시티호텔 앞 횡단보도 인근 인도에 그늘막 시설이 철거된 흔적. 한 권 기자

제주시, 태풍 내습때 그늘막 철거 반면 결박조치 기관 피해 전무
고정 볼트까지 절단 다시 기초공사...섣부른 판단 예산 낭비 초래

제주시가 올여름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주요 횡단보도 인근에 설치한 그늘막 시설을 철거하는 과정에 근시안적 행정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태풍 내습에 따른 안전상 이유를 든 것과 달리 같은 시설을 설치한 동주민센터나 서귀포시 등은 결박 조치로 문제 없이 대응하는 등 상대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드러냈다.

제주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6월 폭염에 대비해 예산 2000만원을 들여 교차로 횡단보도 인근 인도와 교통섬 등 7곳에 고정식 그늘막 10개(1개당 200만원)를 설치했다.

설치 장소는 제주시 산지천광장·법원 사거리·옛 세무서 사거리·탑동 사거리·시외버스터미널·롯데시티호텔 앞 등 보행자가 많거나 그늘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시가 지난 8월 태풍 '솔릭' 북상을 앞두고 그늘막 10개 모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담당부서는 태풍 상황판단 회의를 통해 강풍으로 인한 파손 위험을 들어 철거 결정을 내렸다.

제주시는 지난 8월 태풍 '솔릭' 내습때 그늘막 시설을 모두 철거한 반면 동주민센터, 서귀포시,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결박 조치하는 등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진은 노형동 우편집중국 교차로 횡단보도 인근 인도에 설치된 그늘막 시설. 한 권 기자

반면 지난 8월 같은 시설을 설치한 제주시 이도2동, 삼도1·2동, 삼양동, 오라동, 노형동은 태풍 '솔릭'과 10월 태풍 '콩레이' 내습 때 시설물을 결박하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고, 그늘막 37개 모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서귀포시도 같은 시기 예산 1000만원을 들여 중앙로터리에 설치한 그늘막 5개를 결박하는 것으로 두 차례 태풍에 대비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역시 청사에 설치한 그늘막을 결박 조치하는 등 제주시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해당 동·서귀포시·해경청 관계자는 "시설 업체에서도 단단히 결박하면 충분히 견딜수 있다고 했고, 우산 모양의 그늘막을 접어 고정시키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는 그늘막 1개당 20만~30만원의 철거 비용을 들인 것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활용에 대한 고민 없이 바닥 고정 볼트까지 절단하는 등 내년 설치를 위해 다시 기초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등 섣부른 판단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제주시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라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며 "내년 운영에 앞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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