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사회부장

1967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남부에서는 백인과 흑인간 혼인이나 출산을 생각할 수 없었다. 미국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남부 16개 주에서 백인과 다른 인종간 결혼과 출산을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출신 18세 흑인 여성 밀드레드 러빙(Mildred Loving)과 24세 백인 리처드 러빙(Richard Loving)도 1958년 결혼식을 올렸다가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함께 지냈으며, 밀드레드가 18세에 아이를 갖게 되자 수도 워싱턴D.C에서 결혼한 후 친지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웃의 제보로 잠을 자던 새벽 경찰에 연행된 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버지니아주를 떠나 25년간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전지전능한 신은 백인과 흑인, 황인, 말레이인, 홍인을 창조하고, 각기 다른 대륙에 배치했다"며 "신이 인종을 분리한 것은 그가 인종을 뒤섞을 의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D.C로 떠난 이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여건도 좋지 않자 러빙 부부는 비영리 인권·법률구제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다른 인종간 결혼과 출산을 금지하는 버지니아주와의 법률투쟁에 뛰어든 것이다. 러빙 부부의 법률투쟁은 수년간 이어졌고, 결국 1967년 6월 12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러빙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러빙 부부의 승소는 1960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고, 다른 인종간 결혼 비율도 점차 증가하게 됐다. 또 다른 인종간 결혼이 합법화된 6월 12일을 기념하고자 러빙데이(Loving Day)가 만들어졌다. 

도내에서도 최근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는 추세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수만 하더라도 2013년 564명, 2014년 727명, 2015년 967명, 2016년 1190명, 2017년 1509명으로 늘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남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의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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