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에서 2월 중순으로 이어지는 두어달 동안은 대학입학 수험생과 대학들이 한바탕 입시전쟁을 치러야 하는 기간이다. 이른바 대학 합격자들의 연쇄 이탈현상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입학할 대학을 찾아 헤매야 하고, 대학들은 한 사람의 신입생이라도 건지기 위해 이탈방지 소동을 벌여야 한다. 여러 대학에 입학한 성적우수학생들이야 선택폭이 넓어 좋지만 불합격한 학생은 모처럼 치른 첫 시험에서 낭패를 당한 마음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는 순전히 잘못된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있다. 정시·수시 또는 특별전형으로 구분해놓은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학생들에게 대학 선택폭을 늘려준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행 입시제도는 성적이 좋은 학생과 유명한 대학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아무 대학에 시험을 봐도 합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우수한 일부 학생들의 합격 독점사태로 겪어야 되는 좌절감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어림짐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에선 합격생들이 등록하지 않기만을 마냥 기다리며 가슴을 졸여야 하는 예비합격생이 있는가하면 대학당국은 우수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이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교직원들이 발벗고 나서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솔직히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합격자를 발표하고서도 그들을 ‘내 학생’이라고 아무도 장담을 못하는 현실이다.

말이 좋아서 대학선택폭을 늘린 것 뿐이지 이로 인한 학생과 대학들의 혼란은 심각한 지경이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대학교와 탐라대학교의 1차 등록률이 83.6%, 58%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현행 입시제도의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입학선택폭을 늘린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수요와 공급을 외면한 대학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하게 외국제도를 도입한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대학입학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유명한 대학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