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 이생진씨(73)와 서양화가 임현자씨(56)가 제주사랑을 담은 두 사람의 공동 시화집, 「제주, 그리고 오름」(책이 있는 마을 발간)을 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제주 출신이 아니라는 것. 이씨는 충남 서산이 고향이고 임씨는 경북 상주 출신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제주 예찬은 끝이 없다.

 먼저 이생진씨. ‘수평선에 눈이 베이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가 찢겼다’고 했던가. 이씨의 시구대로 제주 섬은 아직도 가장 ‘자연적’이다. 하늘과 바다를 가른 수평선, 그물처럼 얽힌 돌담, 푸른 한라산과 오름, 가끔은 길을 멈추고 유채밭 속에 누워 하늘을 본다.

 1951년 군 복부를 하면서 제주를 알게 된 이씨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등의 시집을 내면서 ‘제주도 명예도민증’까지 받았다.

 임현자씨는 대학 수학여행 때 제주를 처음 봤다. 성산 일출봉에 갔었는데 썰물 때 드러난 푸릇푸릇한 해초로 덮인 제주 해안은 융단 그 자체였고 그때부터 제주풍광에 미쳤다고 한다.

 임씨의 개인전은 일관되게 제주가 주제다. 임씨는 제주의 풍광을 담은 ‘제주도 풍경전’(93·95년), ‘탐라의 빛깔전’(97년), ‘탐라의 향훈전’(98·2000년)을 연 바 있다.

 또 공동 시화집 발간과 함께 28일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제주, 그리고 오름’전을 열고 있다.

 출품작은 모두 32점.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따래비오름…. 계절마다 파노라마처럼 제주 오름의 신비와 비경을 다소곳이 펼쳐 보여준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오름이다.

 반면 이씨의 시는 4·3때 다랑쉬 오름에서 토벌대에 의해 희생당한 원혼들을 달래며 시를 썼다. 오름의 평화 뒤에 숨은 비가(悲歌)다. 그림과 시를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과 비극의 역사가 만나고 있다.

 한편 이씨는 오는 5월12일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오름에서 시 낭송회가 마련한다. 또 임씨는 내년 1월 제주에서 초대전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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