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여러 불편과 자연 훼손의 우려가 생기자 관광객 입도를 제한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환경보전기여금 등을 부과하면서 유입인구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관광객은 계속해서 늘어날까.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주장하면서 특히 예를 드는 관광지가 있다. 이태리 베네치아와 필리핀 보라카이 섬이다. 베네치아는 제주도 면적의 약 1/5정도로 한때 지중해 전역에 세력을 떨쳤던 해상공화국이다. 독특하고 낭만적인 운하와 건축물, 유명한 예술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있는 명소이다. 교통은 운하로 이루어져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보호와 관련하여 보라카이 섬을 예로 든다. 이 섬의 면적은 우도의 2배 정도 크기의 작은 섬이다. 제주도의 동서 길이 73㎞에 비해 훨씬 짧은 12㎞정도이며, 폭이 좁은 길쭉한 산호섬으로 인구 1만3000여명이 사는 곳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에메랄드빛 바다와 4㎞의 고운 산호모래, 새하얀 백사장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화이트비치가 있다. 1년 내내 스쿠버와 수영이 가능하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면적은 작은데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많아 이들 관광지들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꼽힌다. 

올해 9월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약 1078만명 중에 외국인은 고작 8%에 해당하는 85만명이다.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외국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들 관광지에 비해 훨씬 큰 섬이다.

혹자는 폐해사례로 월정리를 들기도 한다. 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교통과 쓰레기 문제가 발생했다. 도민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이곳이 외부의 시각으로, 외부 자본이 투자되면서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면 그곳은 교통 혼잡과 쓰레기만 남았을까. 그 일대 땅값이 하늘을 치솟듯 올랐고, 지역사람들은 그로 인한 폐해와 얻은 이익을 계량해 보면 그 계산법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일이든지 명암은 있다.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 중에는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이 더 많다.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나라마다,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에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서울시가 발표한 '관광중장기발전계획'에서 국·내외 관광객 5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도 우리 대통령이 찾았던 옥류관, 수산물식당, 백두산 등을 미래관광에 염두에 두고 전 세계에 홍보하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금강산과 원산갈마지구도 개방하려고 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던 관광객 수는 제주공항 운송력 한계로 벽에 부딪쳤다. 관광객들이 더 오려고 해도 올 수가 없다. 벌써 관광객들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인프라를 조성하고,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데 스스로 보물섬이라 하며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 입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상은 재고해야 한다, 오버투어리즘 폐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극복할 것인가 부단히 고민해야 하지만, 관광객 입도를 제도적으로 부담을 주어 줄이거나 막겠다는 방안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관광산업 호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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