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미국은 매년 10월31일 할로윈(Halloween)데이라는 풍습을 즐긴다. 서양 특히 미국의 풍습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파티를 열고, 성인들 역시 할로윈파티를 즐기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할로윈은 미국의 종교적 기념일 중 하나로 귀신이 창궐한다는 매년 10월31일에 자신을 유령처럼 꾸며 실제 유령이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할로윈데이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코스프레 파티 문화로 번졌다. 몇 년전부터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도 할로윈데이에 귀신과 도깨비 분장을 하며 즐기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할로윈이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처럼 퍼지지 결국 기업들이 상업마케팅이 시작됐다. 인터넷과 대형마트 등에는 아동·유아용 할로윈 상품들이 넘쳐나고 일부 아동복 브랜드는 고가제품을 구매하면 할로윈 관련 액세서리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할로윈이 유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놀이로 여겨지면서 가면파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당수 어린이집·유치원들이 할로윈파티를 할 때면 학부모들은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을 보며 한숨만 내쉬기 일쑤다. 귀신이나 유령, 도깨비 인형 분장과 의상·액세서리를 준비하기 위해 수만원에서 심하면 수십만원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변장해 보내면 다른 아이와 비교되거나 놀림을 당할까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학부모들은 토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등골이 오싹한 체험을 마련해주기 위해 학부모들은 등골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각종 기업들도 할로윈데이를 괴기스런 변장과 복장을 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는 날로 홍보하며 마케팅하고, 관련 상품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새로운 풍습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래 풍습의 유래와 목적을 변질시키고 상업적으로 간다면 단순히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과 다를게 없다.  각각 나라의 풍습과 축제는 문화와 정서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함이지 놀이나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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