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편집상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지방자치단체간 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뒤 전국의 지자체가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통일부도 다음달 제주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지자체 교류사업 관련 워크숍을 열고 북한 연락사무소 단일화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부 차원의 당부 사항도 전달할 예정이다.

시초는 제주도 감귤보내기

이처럼 남북 분단 이후 사상 최절정에 오른 화해 무드를 타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남북 교류 협력사업의 단초는 제주도가 열었다.

제주도와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관협력 대북지원사업으로 처음 감귤보내기사업을 실시, 주요 외신들로부터 '비타민C 외교'라는 호평을 받았다. 첫 해 100t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이듬해부터 감귤·당근보내기사업으로 확대돼 2010년까지 감귤 4만8328t, 당근 1만8100t 등 모두 6만6428t(233억원 상당)을 북한으로 보냈다. 

또 제주도와 북한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서 2002년 5월~2007년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835명의 제주도민 대표단이 방북했다, 2003년 10월 23일~27일에는 북한 예술·체육 참가단 190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도 일원에서 남북민족통일 평화체육문화축전이 열리고 남북 특사회담, 남북 국방장관 회담, 제3차 남북 장관급 회담 등 각급 남북회담도 잇달아 개최됐다.  

하지만 남북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모든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가 단절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제주도는 2014년 12월 원희룡 지사가 민족화해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교류 5+1 협력사업을 제안하는 등 남북교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감귤 보내기사업 재개,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추진,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전 공동협력,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한 교차관광, 제주포럼 북측인사 초청 등 5개 사업에 남북 에너지 평화사업을 더한 5+1 협력사업은 당연히 지금도 유효하다.

여기에다 제주도는 2008년 8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10억원 등 지금까지 총 52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조성, 2023년 100억원 조성 목표에 순조롭게 다가가고 있다.

그럼에도 5·24조치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기가 결코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미 연정부지사(종전 정무부지사)의 명칭을 평화부지사로 변경한데 이어 지난 4~6일에는 북한을 직접 방문, 농림복합사업·축산업·양묘사업 추진 등 6개 교류사업에 합의한 경기도의 행보에 비춰서도 제주도의 움직임이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봉, 이름을 더욱 알린 북한의 옥류관을 유치하는 방안에 대해 상호 협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북 경제제재라라는 난관을 뚫고 몇 만 평 규모의 옥류관 유치가 현실화할 경우 경기도는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를 비롯한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한반도 긴장 완화로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북한의 문이 활짝 열릴 경우 국내 관광수요가 금강산 등으로 몰려 제주관광이 위축될 우려 등에 대한 대비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금 50억 빨리 소진됐으면

이제야 남북협력기금 조성에 들어가거나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부산을 떠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이사장 강영석)가 20년째 가동되고 있는 제주에서 50억~100억원에 이르는 기금이 모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때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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